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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되는 '빛나리' 모자부터 벗으시죠

중앙일보

입력

30대 후반의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 주말 사진 정리를 하면서 10년 전에 비해 머리 앞쪽이 훨씬 넓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이 나이에 벌써 탈모라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려 보니 탈모의 징후들이 적지 않았다. "머리 감을 때는 꼭 샤워모자를 쓰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요즘 부쩍 늘었다. 빠진 머리카락이 엉켜 욕실 배수구가 막힌다는 것이다. 출근 전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도 지난해 가을부터 그의 일상사가 됐다. 머리가 물에 젖으면 볼륨감이 너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탈모로 고민 중인 사람이 한국 남성의 47%(2003년 한국 갤럽 조사)에 달한다. 이 중엔 남성형 탈모증.원형 탈모증 등 병적인 탈모 환자 외에 평소 모발이 남들보다 가늘고 적거나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머리숱이 줄어든 사람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 단순히 머리숱이 적으면

남성형 탈모증.원형 탈모증 등 피부질환이 아니면서 단지 머리숱이 적은 경우라면 의학적인 치료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프로페시아(남성형 탈모증 치료약).스테로이드제(원형 탈모증 치료약) 같은 약을 복용하거나 바를 필요가 없다. 모발이식술 등 수술 대상도 물론 아니다. 그래도 머리숱을 늘리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겐 미녹시딜이란 약이 권장된다. 바르는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선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는 "미녹시딜은 두피의 혈액 순환을 증가시켜 모발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20~30%에서 가는 모발이 생성되는 효과를 얻는다. 매일 두번(아침.저녁) 머리에 바르며 비용은 월 2만원 내외. 하지만 날마다 바르는 것이 귀찮아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른 뒤 기름기가 번들거리고 모발이 머리에 달라붙는 등 미용상의 문제가 따르는 것이 흠이다.

마사지.빗질 등 두피를 자극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두피 자극만으로 모발이 굵어지고 머리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두피를 늘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미지근한 물로 하루 한 번 (두피가 지성인 사람은 하루 두 번) 머리를 감아 두피에 쌓인 노폐물.피지 등을 제거하는 것이 모발 건강에 이롭다. 탈모로 고민 중인 사람에겐 비누보다 샴푸가 권장된다. 알칼리성인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모발이 건조해지고, 비누 가루가 두피에 쌓이기 때문이다. 샴푸 후엔 선풍기.드라이기 대신 자연의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머리카락은 비비지 말고 두드리면서 말린다. 빗질을 자주 하되 힘주지 말고 부드럽게 두피에서 모발 끝 방향으로 빗는다. 끝이 너무 날카로운 빗은 피한다.

탈모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자주 쓰는 것도 곤란하다. 모자는 통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피가 뜨거워지고 땀이 많이 나면 탈모가 잘 일어난다.

◆ 남성형 탈모증이면

남성형 탈모증은 종국엔 대머리로 가는 길이다. 경희의료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남성형 탈모증은 M형.O형 등 특징적인 모양으로 모발이 점차 빠지는 질환"이며 "유전적 소인이 있는 남성에게서 남성호르몬(안드로젠)의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상태가 가볍거나 젊은 사람에겐 대개 약물요법, 상태가 심한 사람에겐 수술요법이 권장된다.

FDA가 효과.안전성을 보장한 남성형 탈모증 치료약은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뿐이다. 두 약을 함께 쓰면 효과가 더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프로페시아는 먹는 약이다. 노바 피부과 이인준 원장은 "지난 8년간 1000명 이상의 남성형 탈모증 환자에게 프로페시아를 처방했는데 80%가량이 탈모 예방 효과를 얻었다"며 "환자의 30%에선 가는 모발이 굵은 모발로 개선됐으나 빠진 모발이 새로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루 한 알씩(식후 30분) 복용하는데 약값은 월 6만원선. 복용을 중지하면 탈모 예방 효과도 곧 사라진다. 복용한 환자의 1~2%에서 성욕 감퇴, 발기력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약을 끊으면 부작용도 바로 없어진다.

탈모가 심해 모낭이 없어진 경우엔 수술이 마지막 수단이다. 환자 자신의 뒤쪽 두피 일부를 떼어내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모발이식술이 대표적이다. 한번에 1500~2000개를 이식하며(1모당 이식비 2000~2500원), 흔히 2회(최대 4회까지) 시술 받는다. 이식된 모발의 생존율은 90% 정도.

◆ 원형 탈모증이면

아직 원인을 잘 모른다.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밖에 스트레스, 유전적 소인, 감염 등이 유발 또는 악화요인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동윤 교수는 "탈모 부위가 작을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가장 효과적"이며 "스테로이드제나 미녹시딜을 바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탈모 부위가 넓을 때는 면역요법, 스테로이드제의 전신 투여, 자외선요법 등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탈모가 심할수록,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머리 옆쪽이나 뒤쪽의 가장자리를 따라 탈모가 발생한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 건강한 모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식품

콩.두부(모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소플라본 풍부), 녹차(카테친 함유), 조개.새우 등 해산물, 밤.호두 등 견과류, 꿀(두피와 모발에 단백질.비타민E 공급), 시금치.당근.호박.토마토.달걀 노른자(모발의 발육을 촉진하는 비타민 A.C 풍부),다시마.미역(글루타민산과 아미노산 풍부), 참치.셀러리(두피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비타민 B군 풍부)

자료=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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