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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인과 상의없이 입시실패 사의 표명"…김상호 총장 해임

중앙일보

입력

김상호 대구대 총장 [사진 대구대]

김상호 대구대 총장 [사진 대구대]

올해 신입생 모집 부진에 책임을 공감하면서 사의를 밝혔던 김상호 대구대 총장이 해임됐다. 대구대 학교법인인 영광학원은 지난 29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교원징계위원회가 의결한 김 총장 해임안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영광학원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교원징계위원회에 김 총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 의결을 요구했었다. 김 총장 측은 징계위 과정에서 소명을 하면서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광학원 측이 밝히 공식적인 총장 해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총장 사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임용권자인 이사장(법인)에게 공식적인 의사 표현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 비정상적인 형식으로 입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도 해임의 근거로 들었다. 전국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사실상 총장 사퇴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총장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도 해임의 배경으로 꼽았다.

해임 처분에 대해 김 총장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2018년 5월 교내 선거로 총장에 취임했다. 공식적인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는 이달 초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올해 입시 실패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묻는 글 아래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사실만 약속드린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개강 날 한 게시판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대의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률은 80.8%로 2020학년도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정원 미달 폭이 커서 지난달 추가모집까지 진행해 얻어낸 최종 등록률이다.

올해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이 나돌곤 있지만, 총장 사퇴 이야기에서 실제 해임까지로 번진 사례는 대구대가 처음이다.

대구대뿐 아니라 인근 대구권 4년제 대학의 정원 미달 상황은 심각하다. 추가모집이 모두 진행됐지만 100% 최종 등록률로 이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 대구가톨릭대가 83.8%(전년 100%), 대구한의대가 96.2%(전년 99.93%), 경일대가 97.6%(전년 99.3%)를 나타냈다.

국립대인 경북대도 98.51%(전년 99.81%) 등록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평균 80.3% 취업률로 4년제 대학 졸업 후 재입학하는 신입생들까지 있던 영진전문대도 올해 신입생 정원 등록률이 90.4%에 머물렀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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