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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은 망하는데 커피점은 그래도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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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로나19로 서울 명동과 이태원 상권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9일 명동의 밤거리가 불 꺼진 점포로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서울 명동과 이태원 상권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9일 명동의 밤거리가 불 꺼진 점포로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광고회사에 다녔던 김정현(42)씨는 지난해 3월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이태원에 타코(멕시코 요리) 식당을 차렸다. 회사에서 정년을 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상황에서 평소에 해보고 싶던 사업이라서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식당 문을 열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5월에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김씨의 사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는 “홍보도 제대로 못 했는데 코로나19가 겹치니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며 “최근엔 그냥 지인에게 가게를 사무실로 빌려주고 사실상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코로나 1년, 사업자 변동 현황 보니 #주점 -15%, 호프집 -12% 최고 감소 #사실상 휴업 감안 땐 피해 더 심각 #고용난 속 창업 쉬운 커피점 16%↑ #통신판매·공부방도 비대면 호황

코로나19의 확산은 사람이 많이 모여야 장사가 되는 대면 서비스업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세청의 ‘등록 사업자 현황자료’에도 이런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말 간이주점의 사업자 수는 2019년 말과 비교해 15.2% 줄었다. 국세청이 정한 100대 생활업종 중 연간 사업자 수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호프 전문점(-12.1%)과 예식장 순(-7%)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금지 등으로 손해를 본 업종이다. 국세청에 등록한 사업자 수는 휴업한 업소를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장사를 접고 쉬고 있는 사업장까지 고려하면 대면 서비스업에선 코로나19의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지난해 업종별 사업자 감소폭 가장 큰 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업종별 사업자 감소폭 가장 큰 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신규 사업자는 쌓아둔 고객이나 거래처도 없고 자산도 많지 않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지만 신규 사업자는 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커피전문점은 같은 기간 15.7% 증가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커피점은 고용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퇴직자 등이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대면 서비스업이지만 상대적으로 영업시간 제한 등이 심하지 않았던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100대 생활업종 등록 사업자 수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00대 생활업종 등록 사업자 수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히려 혜택을 받은 업종도 있다. 통신판매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통신판매 사업자 수는 2019년 말과 비교해 31.5% 증가했다. 100대 생활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인터넷 쇼핑 등이 호황을 누린 덕분이다.

지난해 등록 사업자 감소 큰 업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등록 사업자 감소 큰 업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교습소·공부방은 지난해 16.4% 늘었다. 원격 수업 등으로 초·중·고교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학습을 보조하는 업체들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업난에 기술·직업훈련학원은 13.1%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 지원을 강화하면서 관련 업체들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세청은 업종별로 지난해 사업자로 신규 등록한 업체 수와 2019년 등록한 업체 수를 비교하는 자료도 제시했다. 서울 마포구의 경우 2019년 하반기에 신규 등록한 숙박업체는 100개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신규 등록한 업체는 39개에 그쳤다. 마포구에서 숙박업체 신규 등록이 1년 새 61% 줄었다는 의미다. 홍익대가 위치한 마포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지자 숙박업체의 신규 등록이 상당히 부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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