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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투기이익 소급 몰수는 위헌 소지…여당, 국민 분노 잠재우려 정치적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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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당이 꺼내든 공직자 투기 이익 소급 몰수 방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당 이익’의 경계도 모호해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조응천 “친일재산 정도가 소급 인정”

29일 내놓은 여당의 방안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을 통해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이익을 소급 몰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전날에도 당·정·청은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이익을 몰수할 수 있는 소급 입법 방침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률 불소급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형법 1조 1항도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투기 행위’ 당시의 법률에 처벌 조항이 없는데 사후에 법을 만들어 소급 처벌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부동산투기근절대책발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부동산투기근절대책발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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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소급 적용 주장을 하자 “몰수나 추징, 형벌의 소급이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정도”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었던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도 이 주장을 수용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에 소급 적용 조항을 넣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나흘 만인 28일 또다시 ‘소급 카드’를 꺼내 든 상황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듯 소급 입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워낙 크니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 시도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급 몰수는) 법률 불소급 원칙에 어긋나는 입법으로,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으로 판정될 소지가 크다”며 “단순히 재산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제3자를 통한 투기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몰수 대상 토지의 부당이득 가액과 시점 등이 특정돼야 하지만 쉽지 않아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론을 의식해 ‘디테일’도 없이 ‘센 대책’만 마구 내놓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비교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실효성 있는 투기 방지 대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현 정부와 여당의 대응 방식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하남현·조현숙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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