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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SH, 지난 10년간 땅장사로 5.5조 이득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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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29일 SH 택지매각 현황 실태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29일 SH 택지매각 현황 실태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10년동안 ‘땅장사’로 5조5000억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9일 연 ‘SH 10년간 택지매각 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다.

287만㎡ 택지 매각 이익 분석 #8.7조 들여 택지 조성, 14.2조에 매각 #“해당토지 현재 시세론 37조 추정 #땅 판 시민들은 23조 손해본 셈”

경실련은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사업지구별 택지매각 현황’ ‘분양가 공개서’ 등을 토대로 2011년 1월 1일부터 10년간 28개 지구의 택지판매 이익을 분석했다. 토지 시세는 아파트값에서 건축비를 제하고 용적률을 고려해 산출했다. 건축비는 평당 400만~600만원까지 분양 시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

10년간 SH가 매각한 토지는 총 287만6033㎡(약 87만평)로, 매각액은 14조2000억원이다. 매각액에서 택지조성원가 8조7679억원을 제외하면, SH가 강제수용한 공공택지를 되팔아 챙긴 이익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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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공공택지를 팔지 않고 보유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장기공공주택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집값도 안정되고 재정 건전성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장사꾼으로 전락한 공기업의 부당 행위를 묵인하고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판매된 토지의 현재 시세도 추정해 봤다. 그 결과 건축비를 제외하고 용적률을 적용한 아파트의 토지시세는 ㎡당 5520만원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경실련은 87만평의 시세가 37조7000억원(추정치)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10년간 SH가 챙긴 택지 판매이익은 5조5000억원인데, SH가 토지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서울시민의 자산은 5배 늘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지를 팔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땅장사로 인해 23조원 손실이 발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앞서 정부·지자체가 공공이 장기간 보유하는 ‘진짜 공공주택’이 아닌 전세형 임대 등 ‘가짜·짝퉁 공공주택’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경실련은 “SH가 집값을 안정시키라고 위임한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3대 특권을 갖고 제 배만 불리고 있다”며 “공공주택 자산을 시세보다 낮게 평가해놓고 부채를 핑계 대며 서울시민 땅을 매각하고, 본업인 공공주택 확충은 뒷짐 지고 있는 SH의 사업방식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 선출될 서울시장은 SH의 땅장사를 즉각 중단시킨 후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라”고 촉구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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