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시 공공주택 물량의 5%를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에게 배정하겠다. 시행을 해보고 잘 정착이 되면 1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성북구 길음역 유세 현장에서 “일자리의 83%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4분의1이 서울에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 주거 안정이 서울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공공주택 특별공급 물량 중 2%가 기관 추천 유형으로 중소기업 장기재직자에 배정된다. 이 물량을 5%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맞춤형 대책이긴 하지만 사실상의 부동산 공약이다.
지난 25일 공식선거 운동에 돌입한 뒤 박 후보는 부동산 공약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이날 발표를 포함 4건의 ‘서울선언’ 공약에서 3건이 부동산과 관련됐다. 분노한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SH(서울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를 제외하면 ①공시가 인상폭 제한(26일) ②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28일) 등 기존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와 결을 달리하는 내용이다. 28일 언론 인터뷰에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후보는 앞으로도 메시지의 초점을 부동산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날 주택 실수요자 민심을 보듬는 차원에서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 박 후보는 “제가 당과 사전에 논의해 건의를 했다. 확정되면 발표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접 건의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주거ㆍ일자리 문제가 청년 고민 순위의 동일선상에 있었다. 그런 걸 홍익표 정책위의장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 수습을 위한 박 후보의 노력이 지지율 반등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 전세금 1억2000만원을 인상한 것 때문에 경질되자 박 후보 캠프에선 망연자실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캠프 관계자는 “오전에 캠프가 숙연한 분위기였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바로 정리됐으니 크게 신경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당 선대위에서 오늘 나온 사과 발언은 조금 시점이 빨랐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세훈 내곡동 땅 공세에 무게
민주당은 박 후보와 달리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내곡동 땅 공세에 집중했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선대위회의에서 “오 후보의 거짓말 스무고개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공격했다. 그는 “2005년 6월 당시 내곡동 현장에 있었던 6명(측량인3명, 경작인3명) 중 3명이 오후보가 현장에 있었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합리적 문제제기는 정치집단에 의무다. 그걸 네거티브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라며 “국민의힘 후보들은 부동산·거짓말 두 가지 모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야당후보 검증TF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를 향해 “(오 후보를 봤다는) 1차 증인 경작자, 2차 증인 측량팀장과 삼자대면하자”고 요구했다. TF 소속인 노웅래 의원은 회견을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트집 잡는다고 하는데 공직자의 거짓말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 현장에 갔다는 증언이 나온만큼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