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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노숙자 아픔 10년째 치료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5시.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이강우(59.(右)) 주임교수를 포함해 전공의.간호사로 구성된 7명의 의료진이 서둘러 병원문을 나선다. 그들이 1시간여 달려간 곳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노숙자 쉼터 '안나의 집'. 이 교수는 이곳에서 3시간여 동안 50~70여명의 노숙자와 노인 환자를 돌본다.

"환자의 3분의 2는 주민등록증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의료 사각지대에서 병을 키워가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가 노숙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시작한 해는 1995년. 이후 6년 간은 매주 봉사를 하다 지금은 성남시 보건소와 함께 격주로 이들을 돌본다.

그를 봉사의 현장에 끌어들인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의 빈첸시오(49.한국 이름 김하종) 신부.

성남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그가 진료를 받기 위해 이 교수를 찾았다가 봉사를 권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듬해인 96년 재활의학과 전공의 수련 커리큘럼에 사회봉사를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평소 '의료의 본질은 봉사'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그는 "무료진료에 묵묵히 따라준 후배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10년 동안의 봉사가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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