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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입금지법에…"상생협력법" vs "복마전 방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오종택 기자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오종택 기자

“대기업은 남의 밥그릇 넘보지 말라.” vs “대기업이 들어와야 시장이 투명해질 거다.”

현대차, 기아차와 같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25일 발의한 법안의 취지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독점을 방지하고 영세한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이지만, 중고차 시장의 투명화를 지연시키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조 의원이 발의한 ‘중고차매매 상생협력법’(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의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안)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10년간 금지하되, 10년 기한이 종료되기 전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조 의원은 이런 법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영세한 중고차 매매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막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문제는 해묵은 갈등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진입이 제한됐다. 2019년 2월 지정 기한이 만료되면서 중고차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다시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는 ‘부적합’ 의견을 냈다.
그러나 최종 결정 책임이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결론을 미루면서 업계 간 갈등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조 의원은 “정부가 중고차 사태에 대해 답답한 행보를 거듭해왔다”며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중고차 사태 문제를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양아치 딜러보호법?”

그러나 현대차 등 대기업이 진입하면 시장이 투명해질거라 기대했던 대부분의 소비자는 “혼탁한 중고차 시장을 방치하는 입법”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간 허위매물, 가격 조작 등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 구조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중고차업계의 나쁜 관행을 언제까지 당해야 하는 거냐” “‘양아치 딜러보호법’ 아니냐” “사업만 하려고 하면 규제를 때린다”“업계 복마전을 방치하자는 것”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일대. 뉴스1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일대. 뉴스1

이같은 우려를 예상한 조 의원은 지난 25일 중고차 시장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토교통부에 ‘중고차 매매정보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중고차 거래업자가 허위 매물을 제공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 의원은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ㆍ책임성을 재고하는 차원에서 허위 매물을 올리는 업자는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와 전문가는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금지하는 법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특정 대상을 상대로 시장 진출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영업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인증 중고차’ 부분만 담당하는 방식으로 기존 업계와 상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시장이 선진화될 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통해 업계 외연이 확장돼 소비자와 기존 업계 모두에게 이득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판매업이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시장의 자정 노력은 크게 효과가 없었다”며 “대기업 참여로 시장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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