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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변이 기승, 유럽·남미·인도 확진자 한달 새 두배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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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05면

지난해 말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주춤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이후 심리적으로 느슨해진 것과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봉쇄조치 연장·강화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본 방역수칙 강화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을 결정했다.

하루 평균 53만명 증가세로 반전 #메르켈 “새 팬데믹에 살고 있다” #백신 많이 접종한 미·영은 감소 #한국 10주 연속 300~400명 발병 #전자출입부 의무화 등 방역 강화

26일 통계사이트 아우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35만명 수준이던 코로나19 신규확진자(직전 7일간 평균 기준)는 25일 53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신규확진자는 1월 11일 74만명을 고비로 감소추세로 돌아섰다가 증가세로 다시 반전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8일 영국, 15일 미국 등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신규확진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는 어긋나는 결과다. 영국과 미국은 감소세가 완연하다. 지난 1월 초까지 25만명을 넘나들던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적극적인 백신 접종과 방역 강화 덕에 최근에는 6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국도 6만명에서 5000명까지 감소했다.

남반구 가을철 접어들며 확산 가속

문제는 유럽과 남미, 인도 등에서 급격히 신규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달간 일별 신규환자는 프랑스는 2만명에서 3만5000명으로, 독일은 8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6일부터 24일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신규확진자는 151만명으로 전세계(390만명)의 38.7%를 차지했다. 유럽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10% 수준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변이가 나타나면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주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변이 바이러스는 더 공격적이고, 감염성이 높고, 치명적”이라며 “만약 원래 바이러스만 있었다면, 전면 봉쇄의 효과로 신규확진자 수가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명당 50명 아래로 뚜렷이 내려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남미와 인도의 상황도 심각하다. 브라질은 신규확진자가 한달새 하루 5만명에서 8만명으로 급증했다. 브라질의 추적 사망자는 30만명을 넘어서 미국(50만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브라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페루·우루과이·파라과이 등에서도 연일 신규확진자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남미 지역 재확산의 주범은 아마존 지역에서 확인된 ‘P1’ 변이 바이러스다. 남반구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가을철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 가톨릭 인구가 많아 부활절 연휴에 확산세가 가팔라질 우려가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약한 고리다. 최근 한달새 하루 신규확진자가 1만4000명에서 4만7000명으로 늘었다.

하루 500명 가까운 신규확진자가 나타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과 기본방역수칙 강화에 나섰다. 수도권 내 식당과 카페,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에 적용 중인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 제한’ 조치가 2주간 더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항상 지켜야 하는 ‘기본방역수칙’을 새롭게 강화하고,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게시, 출입자명부 관리, 주기적 소독 등 4개였던 기본방역수칙은 마스크 착용, 출입명부 작성, 환기와 소독, 음식 섭취 금지, 유증상자 출입 제한, 방역관리자 지정, 이용 가능 인원 게시 등 7가지로 세분화한다. 기본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대상도 기존 중점·일반관리시설 24종 외에 스포츠경기장, 카지노, 경륜·경마·경정장, 미술관·박물관, 도서관, 키즈카페, 전시회·박람회, 국제회의, 마사지업·안마소 등 9개 시설을 추가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0주 연속 300~400명의 신규확진자가 나타나고 있지만 서민 경제의 피해와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해 거리 두기 격상 대신 유지를 택한 것”이라며 “기본방역수칙은 국민의 동참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참여와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백신 맞은 정 총리 “안전성 검증됐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도 재유행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인의 41%가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데 비해 유럽연합(EU)은 접종률이 9.5%에 그쳤다. 그 차이가 영국과 EU의 신규확진자 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현재까지 76만7451명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전체 국민(5182만명)의 1.4%만 백신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전국민의 70% 이상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백신 안전성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정 총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린 ‘세균이 백신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백신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됐다”며 “더 많은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접종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창우·이태윤·이지영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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