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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보며 "한국식당 메뉴"…2년만에 사과한 '美토크쇼 제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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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등 아시아계에 습관적으로 조롱성 발언을 해 온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제이 레노가 뒤늦게 사과했다.

미 유명 방송인 제이 레노. [로이터=연합뉴스]

미 유명 방송인 제이 레노.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제이 레노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미디어 감시단체인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와의 인터뷰에서 문제 발언들에 대해 "분명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레노는 “내가 그런 농담을 했을 때, 마음속으로는 잘못된 줄 알고 있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내 사과를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무엇이든 트집 잡고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고, 어차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시기였다”며 “불만이 접수되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농담도 못 받아들이면 그건 당신들 문제다’라고 반박해야 하는데, 나는 마음속으로는 잘못된 줄 알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후자 입장을 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MANAA는 레노가 방송을 통해 습관적으로 아시아계를 조롱하는 발언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고기 식문화를 자주 걸고넘어졌다. 지난 2019년 4월엔 미국 NBC 방송의 경연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 녹화 현장에서 제작 프로듀서인 사이먼 코웰이 반려견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선 “한국 식당 메뉴판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2002년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당시 한국 대표였던 김동성이 실격되자 “집에 돌아가 개를 걷어차고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레노가 이러한 종류의 농담을 아시아인 스태프들 앞에서도 반복적으로 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17일(현지시간) 아시아계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여성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17일(현지시간) 아시아계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여성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과는 애틀랜타 총기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왔다. MANAA는 레노의 언행이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며 2002년 이후 꾸준히 항의해왔다.

레노는 1992년부터 2014년까지 NBC방송 심야 토크쇼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의 진행자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14년 텔레비전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고, 같은 해 코미디 배우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마크 트웨인상을 수상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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