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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첫날 ‘V’자로 강북 돈 오세훈…안철수도 “오세훈 백 번 천 번 외치겠다”

중앙일보

입력

“첫 인사를 은평구에서 합니다. 왜인지 짐작 가십니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응암역 앞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응암역 앞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전 7시 40분 검은 면바지에 빨간색과 하얀색이 섞인 점퍼를 입고 은평구 응암역 앞 유세차량에 섰다. 첫 유세지를 은평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서울이 고루 발전해야하는데 서북권 발전이 가장 정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되면 확 바꾸겠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한 뒤 불광천을 걸으며 아침운동 중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강북권을 V자로 돌며 집중 유세를 펼쳤다. 오전 7시 40분부터 13시간 동안 불광천→홍제동 유진상가→남대문시장→시청→동대문 경동시장→중랑 상봉터미널→노원→창동→수유 등 9개 자치구를 도는 강행군이었다. 앞서 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했을 때 첫 유세지도 중랑구와 대학로를 도는 ‘강북투어’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강남과 비(非)강남의 균형발전”을 핵심 메시지로 내걸었다. 전통적으로 강북권에서 보수정당이 민주당에 상대적 약세를 보여 온 만큼 이 지역 표밭을 먼저 다지겠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24일 실시) 결과 오 후보는 강남동권(62.8%)에선 민주당 박영선 후보(28.2%)와 2배 이상 지지율 차이를 벌린 반면 강북동권에선 49.4%(오세훈) 대 42.6%(박영선), 강북서권에선 52.1%(오) 대 39.2%(박)로 비교적 적은 격차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 홈페이지 참조).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강북권을 'V'자로 돌며 집중 유세를 펼쳤다. 이날 오 후보의 동선. 오세훈 캠프 제공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강북권을 'V'자로 돌며 집중 유세를 펼쳤다. 이날 오 후보의 동선. 오세훈 캠프 제공

오 후보는 이날 모든 유세현장에서 “강남과 비강남 지역 격차 최소화가 서울시장의 제일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오전엔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과 유진상가를 찾아 “전임시장은 전부 토목이라고 적대시해서 서북권 발전이 더뎠다”고 저격했고, 오후엔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10년 가까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안타깝다. 청량리를 교통허브로 만들고 재개발‧재건축으로 새 집 짓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방문한 중구 남대문 시장에선 만두를 먹은 뒤 “30년 전 어머니가 장사하던 자리”라고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덕수궁 대한문 앞 거점유세에선 후보 경쟁을 벌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유세차량에 올랐다. 두 사람은 오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넥타이 없는 양복 차림으로 단상에 선 안 대표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저 안철수, 목이 터지더라도 야권 단일후보 오세훈을 백번, 천번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전임 시장 성비위 범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며 “안 대표도 오셨는데 작은 차이를 극복해 정권교체 길에 다함께 서자”고 말했다. 오 후보는 “안 대표와 제가 함께 손잡고 서울시 탈환에 나서는 게 바로 새정치”라고 화답했다.

4.7일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지지연설에 앞서 시민둘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7일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지지연설에 앞서 시민둘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과정에서 먼저 덕수궁 유세를 벌이던 오태양 미래당 후보가 “갑질유세”라고 반발하는 소동도 있었다. 오태양 후보가 자신의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세훈 후보가 갑질유세를 한다. 동성애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답해달라”고 외치자, 오세훈 후보는 “죄송하다. 십분만 더 하고 갈 테니 양해해달라. 오태양 후보에게도 큰 박수 보내달라”며 시민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오세훈 후보는 박영선 후보를 향해 “박원순 시즌2”라며 “그런 후보를 뽑아주면 안 된다. 제정신 번쩍 들도록 심판해달라”고 공격했다. 오 후보는 “(선거에 출마했던) 우상호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자기 롤 모델이라고 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임종석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잘했으니 용산공원에 이름 새기고 싶다’고 했다”며 “그 얘기를 듣고 성추행 피해자가 밤잠이 오겠나. 그런 사람들이 득실대는 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덕수궁 앞 거점유세에선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패였던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도 관심을 끌었다. 오 후보의 손에 이끌려 유세차량에 오른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해 짧게 악수를 나눴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연설을 하는 도중 먼저 유세차량에서 내려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24일) JTBC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대선출마가)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석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는 미소를 띤 얼굴로 길게 악수를 나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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