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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기프티콘 사달래"…6000만원 피싱, 편의점주가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딸이 기프트카드를 좀 사달래.”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영신(53)씨는 지난 16일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급히 찾아온 손님 A씨(여·67)를 맞았다. A씨가 구매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3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 6장. A씨는 "딸이 사달라고 한 것"이라며 "기프트카드를 사서 사진을 찍어 보내줘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도 보여줬다.

서울 은평경찰서가 지난 16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편의점주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감사장을 들고 기념 촬영하는 윤영신씨(왼쪽)와 이원준 서울 은평경찰서장. 연합뉴스

서울 은평경찰서가 지난 16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편의점주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감사장을 들고 기념 촬영하는 윤영신씨(왼쪽)와 이원준 서울 은평경찰서장. 연합뉴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윤씨는 A씨에게 "기프트카드가 왜 필요하냐" "딸과 통화는 했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A씨는 "딸 전화기가 고장 났다"며 "다른 사람에게 빌린 번호로만 연락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윤씨는 평소 알고 있던 '기프트카드 보이스피싱' 사례와 상황이 똑같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점주 윤씨는 A씨를 편의점 내 식탁에 데리고 간 뒤 '딸과 통화를 하자'고 설득했다. 딸과 통화를 한 A씨는 그제야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이미 A씨는 보이스피싱범들에게 통장 계좌번호·신용카드번호·비밀번호까지 알려준 상태였다고 한다. 윤씨는 곧장 인근 파출소에 A씨를 데려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은행 계좌에 지급 정지 조치를 했다. 통장 속 잔고 6800만원은 그대로였다.

신고 이틀 뒤 은평경찰서는 편의점에 찾아가 윤씨에게 감사장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은평경찰서는 "신속한 신고로 보이스피싱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

최근 경찰은 윤씨의 사례와 같은 보이스피싱 신고·적발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편의점, 은행 등 보이스피싱 주요 범행 장소가 되는 기관에도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고도로 기술화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뿐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지난 16일 경찰청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의 눈을 가진 은행원의 보이스피싱 검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인천의 한 은행원이 계좌에 적힌 보이스피싱범의 이름을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한 사례였다. 앞서 경찰은 은행에 피의자의 이름을 미리 알렸다. 지난 19일에는 대구경찰청이 '지인이 길거리에서 보이스피싱범을 만났다'고 신고한 시민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와 피해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 지역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7년 7774건(피해액 937억원) 발생했는데 지난해엔 9049건(222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한 해 서울에서만 하루 25건(6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기술이 고도화돼 혼자서는 미끼 문자에 깜빡 속을 수 있다"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늘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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