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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다고 설탕세, 일자리 만들자며 청년세…세금이 만능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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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범여권 의원들이 각종 세금을 올리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각각의 법안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기업들 사이에선 “결국 세금을 올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여권 줄잇는 증세법안 논란 #“법인 소득 1% 떼 청년 위해 쓰자” #음료엔 건강세, 휘발유엔 탄소세 #결국 제품가격 올라 소비자 부담 #“부족한 세수 확보용 증세다” 반발

설탕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설탕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 ‘설탕세’를 도입하는 법안(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류가 들어간 음료수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폐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담배에 비싼 세금(건강증진 부담금)을 물리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세 도입을 권장한다. WHO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수 가격을 20% 올리면 해당 제품의 소비가 20%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이미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 40여 개국에서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건강증진 부담금만큼 음료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 부담 증가로 인한 조세저항, 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탕세) 도입 검토에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청년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인의 연간 소득에서 1%를 청년세로 거둬들여 청년 일자리 사업 등에 쓴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 장 의원은 “청년 일자리 마련 등 청년 사업을 위한 적정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청년 일자리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법안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법인세를 올리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며 “사회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 훨씬 크다”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탄소세법안과 탄소세배당법안을 발의했다. 2025년까지 휘발유·경유·천연가스·무연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1t당 8만원씩 세금을 걷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거둔 세금은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만일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세금을 사용하는 목적은 차이가 있지만 2018년 프랑스에선 유류세 등 탄소세 인상을 놓고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용 의원은 “탄소세 배당을 지급하면 저소득층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실질소득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입법의 취지야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 ▶세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 ▶시장 경제를 왜곡하면서 나오는 후유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접세 중심으로 우회적인 증세를 해놓고 ‘증세가 아니다’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며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토대로 증세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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