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검선 "질문 없다"던 임은정, SNS엔 "만장일치 아니라 다행"

중앙일보

입력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위증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재소자 김모씨의 기소 여부에 대한 대검찰청 부장회의의 표결 결과는 압도적인 '불기소' 의견이었다. 지난 19일 심야까지 이어진 회의에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 일선 고검장 6명 등 14명이 참여했다. 불기소 의견이 10명, 기소 의견 2명, 기권 2명이었다.

고검장들이 회의에 합류하긴 했지만 친정권 검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압도적인 결과까지는 예상 밖이라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특히 친정권 검사들이 던진 것으로 보이는 '기권 2표'도 눈에 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여권의 공세에도 대검 부장회의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3가지 배경을 짚어본다.

①"공소시효 이미 끝난 사건"

재소자 김씨는 '2011년 2월 21일'과 '같은 해 3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한 전 총리 유죄에 힘을 실어주는 허위 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이러한 김씨의 모해위증 기소 여부는 위증 사주 의혹을 받는 검사들의 기소 여부와 직결돼 있다. 그래서 박 장관은 "2021년 3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10년)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수사지휘했다.

쟁점은 김씨의 모해위증 공소시효가 박 장관의 판단대로 오는 3월 22일까지가 맞냐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의 2011년 2월 21일 증언과 3월 23일 증언은 완전히 달라 각각의 공소시효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3월 23일 증언은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혐의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중앙지검 복도에서 다른 동료 재소자를 우연히 마주쳤다' 등의 내용이다. 당시 수사팀 역시 "김씨의 증인신문 절차는 2011년 2월 21일 모두 끝났고, 해당 날짜로 증인신문조서가 작성된 만큼 2021년 2월 20일이 경과하면서 이미 10년 공소시효가 끝났다"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 법무부 측은 "포괄일죄 법리에 따라 3월 23일 재판의 공소시효가 살아있으면 2월 21일의 공소시효도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이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검찰 간부들도 공소시효를 3월 22일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②4년 전 법원 "모해위증교사 없었다"고 판단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이미 4년 전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을 내린 점도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죄를 받았던 고(故) 한만호씨는 위증 혐의로도 징역 2년형의 유죄를 받았다. 2017년 5월 17일 대법원 형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씨가 동료 재소자들에게 정치자금 공여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들과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할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동료 재소자들의 오락가락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만호씨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와 김씨는 2011년 재판 당시에는 "평소 한씨가 구치소에서 한 말을 볼 때 위증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해 4월 "수사팀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고 태도를 바꿨다. 최씨는 이후 또 "모해 위증 교사는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부터 "위증 교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폭로한 재소자 H씨는 한만호씨가 검찰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정황을 옆에서 전해 듣거나 목격했다고 주장한 인물로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③검사 불렀는데 질의응답 피한 임은정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연합뉴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연합뉴스

대검 부장회의에는 당시 수사팀에서 재소자 조사를 맡았던 A부장검사가 직접 출석해 "위증 교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대행은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A부장을 상대로 "질문하라"라고 하자 임 연구관은 "없다, 질문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사양했다고 한다. 표결에 참여할 인사들 앞에서 본인의 '기소 필요성'을 피력할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다. 임 연구관은 지난 5일 대검연구관회의에서도 의견 표명의 기회를 줬지만 스스로 참석을 거부했다.

임 연구관은 불기소 결론이 난 뒤인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이 부족해 어렵게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 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며 "대검 연구관 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썼다.

'기소' 의견을 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공개회의라는 규정이 무색하다"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온 사실이 보도된 점을 겨냥한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 부장과 임 연구관이 감찰부 내부도 설득을 못 했는데 어떻게 검사 전체를 설득하겠냐"고 지적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