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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환자가 병원 흥망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개업 초년 병원은 물론 오랜 세월 지역사회에서 자리잡은 병원까지도 환자를 모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진 환자다. 초진환자는 재진으로 연결되고 가족은 물론 동네의 PR요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의사들이 병원 인테리어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환자 응대의 기본이 되는 초진 환자를 소홀히 함으로써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 환자 쪽에 서서 생각하라는 것. 우선 환자와의 눈높이. 요즘 눈높이 교육이 관심을 끄는 것처럼 환자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로는 환자를 끌 수 없다. 그렇다면 환자가 앉는 의자를 바꿔 보는 것이 어떨지. 만일 의사가 앉는 의자가 쿠션 좋은 안락의자인 반면 환자의 의자는 등받이 없는 선술집(?) 의자라면 患者 中心 병원으로서의 이념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환자가 왕인 시대에 환자를 피고석(?) 같은 의자에 앉혀서야 병원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선진의료를 구가하는 외국에서는 환자가 유니트(환자가 앉는 진찰대)위에 앉거나 눕고 의사는 서서 진료를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하나, 초진 환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의사에게 신뢰감을 갖게 된다. 환자의 고통을 소홀히 할 경우 의사에게 홀대받았다는 느낌으로 불쾌감과 적대감까지 품을 수 있다.

초진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환자가 들어올 때 눈을 보고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넨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등

■청진이나 촉진을 반드시 한다.
의사의 손길은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효과가 있다.

■검사 결과는 가능하면 당일에 빨리 알려준다. 진단이 내려지면 병명을 알려주고 앞으로의 치료방침을 설명한다.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이보다 도 좋은 보약은 없다.

■환자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시하지 말고 질병내용·치료법·검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단어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나이 어린 환자에게도 존대어로 응대하고, 아저씨 아주머니 등의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른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닐 경우 다른 전문의나 병원을 소개한다. 환자는 권위보다 솔직한 것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초진환자를 진찰해 가는 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환자의 말을 중간에 자른다거나 부정하는 태도는 피하고 듣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환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問診이나 또 단정적인 진단도 삼간다. `여기가 아프죠, 이런 증세가 있죠, 맞죠, 약을 드릴 테니까 받아가세요' 하는 식보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서 때로는 `그렇겠네요' 하며 맞장구도 치면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 후 포인트가 될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친밀감을 준다.

병세에 대한 환자의 호소만으로 어느 정도 진단을 내릴 수 있더라도 청진기를 대 보거나 觸診하는 수고를 아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초진 때만은 환자는 의사에게 몸을 만져보게 함으로써 진찰을 받았다는 실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채 검사를 실시하면 환자는 성의가 없다고 여겨 불신을 품게 된다.
특히 환자가 다른 병원이나 의원의 차트나 방사선 필름 등을 가져 왔을 때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설명해주는 태도가 신뢰감을 준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질환이라면 즉시 적절한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자리에서 전화예약까지 해준다면 환자는 자신을 완전히 맡기려는 마음이 생긴다.

환자를 불안하게 돌려보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사 결과를 당일 알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진료방침, 검사 스케줄 등 환자를 안심할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특히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은 저녁에 전화를 걸어 증세 변화를 묻거나 가족에게 치료조언을 해주면 환자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초진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의사가 진정 나를 위해 노력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진료 도중 가끔씩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존칭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진 환자를 쫓아버리는 10가지 방법

[시설·환경적인 면]

■병원 어디에도 병원을 소개하거나 병원장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없다. 예컨대 院訓, 병원
소개 안내 책자, 병원장의 이력 등

■쓰레기통이 열려 있고 창틀에 먼지가 쌓여 있는 등 병원 전체가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주차공간이 없거나 있어도 좁다.

■예약진료를 하지 않고 예약을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대기실이 좁고 조명도 어둡다.

■의자가 딱딱하고 옹색한 느낌이 든다.

■의료기기의 종류가 적고 검사 가능한 항목도 적다.

■화장실 악취가 대기실까지 퍼진다.

■공기가 혼탁하고 역한 소독약 냄새가 난다.

■잡지가 흐트러져 있거나 오래된 잡지가 쌓여 있다.

[인적인 면]

■갑작스런 휴진이 많다.

■진찰내용이 적당히 넘어간 듯한 느낌을 주어 환자가 홀대받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접수창구의 응대가 서투르고 전화받는 방법도 나쁘다.

■주차 안내원 원무직원 간호사 등 직원의 태도가 건방지고 말투도 불손하다.

■의사의 차림이 단정치 않고 말투가 거칠다.

■환자의 질문에 짜증을 내거나 거꾸로 전혀 말이 없다.

■비싸다는 의견을 표현할 때 진료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다.

■약의 종류가 많고 물어보아도 설명을 잘 해주지 않는다.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질질 끈다.

■병세에 차도가 없다고 호소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약도 바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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