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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정인이 밟은 듯" 법의학자 증언 순간 양모 얼굴 찡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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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양의 신체 손상이 심각했으며 곳곳에서 지속적인 학대의 징후로 보이는 상처도 다수 발견됐다는 법의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양모 장모씨는 불리한 증언이 나오자 미간을 찡그렸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정인양의 사인을 감정한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교수는 정인양의 사인으로 밝혀진 췌장 절단과 관련해 “사망 당시 가해진 충격은 장간막이 찢어지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될 정도로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의 손상이 있으려면 몸이 고정된 상태에서 발로 밟는 수준의 강한 둔력이 가해져야만 가능하다”며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잘못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정도의 충격으로는 췌장이 완전히 절단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또 “정인이는 너무 많이 다쳤다. 내동댕이칠 때 흔히 생기는 멍이 있다”며 “개인적인 의학적 소견으로는 양모가 사망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굳은 표정이던 장씨는 유 교수가 정인이를 발로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자 미간을 찡그렸다. 이마를 만지는 손이 떨리기도 했다.

정인양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김모씨도 비슷한 내용을 증언했다. 김씨는 “정인양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제일 심했다”며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한 상처가 많이 있었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김씨 역시 장씨의 진술처럼 정인양을 실수로 떨어뜨리는 행동으로는 췌장 절단과 같은 복부 손상이 생기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는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복부 손상이 생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장간막까지 찢어지는 상처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아닌 폭행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정인양의 등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진단 기준점인 25점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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