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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중국이 환상 못 품게 할 것"…앵커리지 회동 격전 예고

중앙일보

입력

17일 서울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한미 간 고위급 회의 일정을 마친 뒤 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중국과 회담한다. [AP=연합뉴스]

17일 서울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한미 간 고위급 회의 일정을 마친 뒤 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중국과 회담한다. [AP=연합뉴스]

오는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양측 기 싸움이 팽팽하다. 서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양측은 회담 성격부터 의제까지 많은 부분에서 이견을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회담 사전 브리핑 #"미중 관계 변화 원하면 말보다 행동 보여라" #"공개·비공개 메시지 다를 거란 기대 없앨 것" #"일회성" vs "전략 대화 시작" 사사건건 이견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6일(현지시간) 회담을 설명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을 가리켜 "그들의 문제적 행동에 대해 우리가 매우 강경한 자세(tough-minded)로 접근하는 데 대해 그들이 환상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강경하지 못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는 게 이번 회담 개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베이징은 우리의 공개 메시지가 사적인 메시지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생각을 아주 일찍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미 관계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에 대해 말해 왔는데, 그 점에 있어서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보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에서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마주 앉는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와 홍콩 자치권, 대만 문제, 기술 경쟁, 항행의 자유 등 중국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의제까지 모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중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호주 등 미국의 동맹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AP=연합뉴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AP=연합뉴스]

하지만 양제츠 정치국원이 이미 지난 2월 초 "신장, 홍콩,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관한 문제"라며 "미국은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레드라인'을 그었기 때문에 양측간 충돌이 예상된다.

양국은 회담 형식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정말로 일회성(one-off)이 될 것"이라며 "특정한 대화 메커니즘의 재개나 대화 과정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블링컨 국무장관도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전략 대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초대를 받아 미국 측과 고위급 전략 대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이번 회담 특징으로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동시에 참석하는 것을 꼽았다. 중국이 미국 고위 관료들을 각각 만나는 상황을 악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과거 중국은 행정부 내, 특히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이간질하려고 시도했었다"면서 "중국이 과거에 우리를 갈라놓기 위해 시도한 일들이 여기서는 그야말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서로의 정책 우선순위와 의도를 확인하는 정도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기대치를 낮췄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단 몇 시간으로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면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선언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일부 대화는 매우 어렵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나 비확산 같은 몇몇 주제만이 미국과 중국이 잠재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회담은 17일과 18일 이틀간 3시간짜리 회의를 3회 진행하기로 잠정적으로 계획됐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양측에서 최대 10명씩 배석한다. 평소보다 적은 규모다. 양국 간 긴장된 관계 때문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인지, 둘 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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