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용카드 사용 규모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과 함께 비대면 결제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로 소비 감소한 영향 #지원금 여파 선불카드는 늘어 #폰 탑재된 페이 결제도 증가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0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카드(신용·체크카드 등) 일평균 사용 규모는 전년보다 0.6% 늘어난 2조5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소비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년 대비 증가 폭은 2019년(5.8%)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 중 신용카드 하루 평균 사용 규모는 1조9610억원으로 전년보다 0.3%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9.1%)과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22.2%), 2004년(-26.8%) 세 차례뿐이었다. 체크카드의 일평균 사용 규모는 전년보다 1.5% 상승한 5400억원이었다. 증가 폭은 전년(6.2%)보다 크게 낮아졌다. 반면 선불카드의 일평균 사용 규모(170억원)는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전년보다 590.8% 늘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지급카드의 사용 규모가 크게 줄어든 시기는 크게 두 차례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7.4%)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방침으로 대면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다. 이후 5월(0.9%)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한 12월(-5.4%)에 다시 사용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또 지난해 신용카드 소비유형을 분석한 결과 전자상거래(24.2%), 자동차(20.6%), 가구·가전(6.3%) 업종의 사용 규모는 커졌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66%), 교육(-17.1%), 음식점(-14.3%) 업종에서 감소 폭이 컸다.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비대면 결제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일평균 비대면 결제 규모는 8490억원으로, 전년보다 16.9% 증가했다.
반면 일평균 대면결제 규모는 전년보다 5.6% 줄어든 1조3980억원을 기록했다. 또 전체 결제 중 비대면 결제 비중은 2019년 1분기 32.2%에서 지난해 4분기 39.6%로 7.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대면 결제를 하더라도 실물 카드를 이용하는 대신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