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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 간 이식수술만 1000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자정 서울아산병원 동관 수술장. 이승규 교수를 비롯한 40여명 의료진의 16시간에 걸친 수술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수술 내용은 간 질환에 걸린 김모(57)씨에게 그의 형과 아들의 간 일부를 떼어내 옮겨주는 2대1 생체부분 간이식. 늘 힘든 과정이지만 이날 수술팀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1992년 시작된 간이식수술이 1000례를 기록했기 때문.

선진 의료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지만 이 교수팀의 수술 기록에는 세계가 놀랄 만한 성적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간이식 성공률이 95%에 이른다. 미국.유럽.일본의 평균 성공률 85%보다 월등히 높다. 97년 이 교수팀은 기증자와 환자가 모두 성인인 '성인 대 성인' 생체 부분 간이식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일본 교토대학병원에 이어 세계 두번째 성공으로 기록됐다.

99년엔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 그동안 기증자로부터 크기가 작은 좌엽을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던 것을 우엽으로 바꾼 것. 외국에 비해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은 바로 이 수술법에 기인한다. 그의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간이식 교과서를 다시 쓰게 했다. 2000년 성공한 '2 대 1' 간이식도 그가 처음이다. 기증자의 간 크기가 너무 작을 때 두 사람의 간을 떼어내 동시에 옮겨주는 방식이다. 이 수술로 그는 세계 이식학계에 명성을 높였다. 대가들이 그의 수술기법을 전수받을 정도로 주목을 받은 것. 현재까지 그는 126명의 환자에게 이 수술기법으로 생명을 선사했다.

보통 간이식 수술은 평균 15시간 이상 걸린다. 그런데도 이 교수와 동료 의료진 40여명은 1주일에 4건 정도의 수술을 하고 있다. 올 한해 그는 193례의 간이식술을 집도했다. 이는 외국의 권위 있는 간이식센터의 두 배에 달한다.

이 교수는 "성공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실패한 5%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며 "내년에는 사망률 0%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경우 질병 초기단계에서 간이식을 받아 수술 후 경과가 좋지만 우리는 생명의 존폐 기로에 서고 나서야 간이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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