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선택과목 경우의 수만 816개…대학별 반영과목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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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18일 실시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EBS 교재·강의와 수능 연계율이 종전 70%에서 50%로 낮아지고 교재와 유사한 지문을 활용하는 간접연계가 확대된다. 사진은 목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수능을 보기 전부터 혼란스럽네요.”

올해 고3이 된 김모(18‧서울 영등포구)군은 새학기 시작 후 고민이 많다. 정시모집을 노리는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올인’해야 하는데 올해부터 선택형 수능으로 바뀌면서 수학에서 어떤 과목을 고르는 게 나을지 결정하지 못해서다. 김군은 “자신의 실력과 관계없이 응시한 과목 문제가 쉽게 나오면 불리하다고 들었다”며 “선택과목도 다양하고, 대학별 반영비율도 달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이과 통합 수능에 학생‧학부모 혼란

올해 11월 18일 치러지는 2022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문‧이과를 통합한 선택형 수능이 처음 도입돼 국어‧수학‧탐구영역 선택지를 조합하면 경우의 수만 800개가 넘기 때문이다. 문‧이과 구분을 없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지만, 대학들이 계열별로 꼭 선택해야 하는 과목을 지정해 놓으면서 '무늬만 문‧이과 통합'이란 비판도 나온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022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탐구 등에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다. 학생들은 공통과목 외에 선택과목을 골라 응시해야 한다. 국어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과목 중 하나를 고른다. 사회‧과학탐구도 문‧이과 구분 없이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고를 수 있다. 국어 2과목, 수학 3과목, 탐구 17과목 중 2과목으로 단순 계산하면 경우의 수는 816가지나 된다.

선택과목 따른 유불리 심화할 듯

입시전문가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이전에는 탐구영역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렸는데, 이제는 국어·수학영역에서도 과목별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는 생길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문과 학생들보다 표준점수‧등급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인문‧자연계 별로 선택하는 학과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국어‧수학에서 최종 점수를 산출할 때 선택과목별 점수 보정을 해 유불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능과 EBS 연계율이 50%로 줄고 영어가 간접연계로 전환되면서 학생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간접연계는 EBS 교재 지문과 주제‧소재‧요지 등이 유사한 지문을 출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예전처럼 영어 EBS 지문만 외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EBS 교재 외에 다양한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대학 자연계열 선택과목 지정

무늬만 문·이과 통합 수능이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과학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해 칸막이를 뒀다. 이들 대학 자연계열에 진학하려면 수학은 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 탐구영역은 과학 중에서만 두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대학에서 문‧이과를 구분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수능에서만 칸막이를 없애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며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학생‧교사 혼란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들은 자신이 지원할 대학의 필수과목이나 과목별 가산점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통과목 점수 비중이 100점 만점 기준으로 국어는 76점, 수학은 74점으로 크기 때문에 공통과목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