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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목욕에 뚫린 방역망...산발적 집단감염 쏟아지며 길어지는 ‘3차유행’

중앙일보

입력

경남 진주시 상대동 한 사우나에서 집단감염이 터졌다. 뉴스1

경남 진주시 상대동 한 사우나에서 집단감염이 터졌다. 뉴스1

경남 진주시 상대동 한 사우나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5일 현재 168명에 달한다. 지난 9일 첫 환자가 나온 지 엿새만이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접촉자 등 2991명을 기준으로 한 양성률은 5.6%에 달한다.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의 양성률이 1.13%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미 감염이 상당히 퍼진 것으로 의심된다.

진주 사우나 변이여부 조사중

첫 확진자의 감염사실은 해외출국 전 검사에서 드러났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초기 추가 확진자 3명이 상대동 사우나를 찾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 명은 오한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에도 선별검사소 대신 사우나를 여러날 다녀갔다. 이 확진자는 ‘달(月)목욕’ 이용자였다. 통상 달목욕은 수개월 치 이용료를 선불로 내는 대신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해당 사우나의 달목욕 이용자는 2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구체적인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또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센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 감염여부도 조사 중이다.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거리두기 낮추자 환자 증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3월 7일~13일) 집계된 새로운 집단 감염지는 진주 사우나 등을 더해 25건이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3차 대유행이 안정기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환자는 428.3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2월28일~3월 6일) 371.7명에서 15.2% 증가했다. 한 주간의 일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조정한 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 사이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환자도 늘었다. 실제 감염경로 ‘조사 중’ 비율의 경우 22.2%(3월 첫 주)에서 24.5%(3월 둘째 주)로 증가했다. 대신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46.9%에서 38.4%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리비율은 접촉자 등으로 분류돼 자가격리 조처가 이뤄지던 도중 확진된 비율을 말한다.

변이 감염자 31명 추가돼 288명 

여기에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센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입국자 외 국내 집단감염자 사이에서도 확인되는 실정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31명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추가, 지금까지 288명에 이른다.

새롭게 추가된 31명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이달 11일 이후 359명의 코로나19 확진자의 검체를 전장유전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내 발생 사례가 399명 중 12명(4%)이었다. 모두 내국인으로 영국발(發) 변이다. 해외유입은 60명 가운데 19명(31.7%)이었다. 내·외국인이 섞여 있다. 유형은 영국발 변이 12명, 남아공발 변이 7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집단감염지 밖에서도 변이 감염 

신규 국내 변이 감염자 12명 중 8명의 경우 경남 김해시 일가족을 비롯해 경기도 광주시 식품회사·여주시 제조업, 부산 북부 장례식장·울산 골프연습장 등 기존 집단발병 관련자다. 2명은 경북 포항시 교회 관련 확진자로 그간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던 곳이다. 아울러 기존 집단감염 사례로 분류되지 않은 개인 2명도 변이 감염이 새롭게 확인됐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유입됐을 때와 마찬가지다.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경로가 해외입국과 연결 안 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퍼져가고 있다. 아직 전체 환자 발생 비율 중 다수로 보이지는 않지만, 전파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더현대 서울’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 13일 ‘더현대 서울’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김지혜 기자

행락철 맞아 사람간 접촉까지 늘어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행락철을 맞아 이동이 늘면서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동량이 늘면 기존 바이러스도 확산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며 “마스크 쓰기 등 기존에 해오던 유효한 방역조치를 제대로 지키고 백신 접종속도를 높여야 한다. 환자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도 이동량 증가, 변이 등을 위험요인을 꼽았다. 정 본부장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봄맞이와 개학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하는 게 위험요인”이라며 “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지역사회 내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관련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현장점검 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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