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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박영선 잡는다? 吳-安 동반 상승에 단일화 ‘삐걱’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야권 단일화가 삐걱거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은 오는 15일 비전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야권 단일화가 삐걱거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은 오는 15일 비전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D-5’인데 여전히 삐걱거렸다. 두 장수가 나선 끝에 파국 아닌 일부 합의는 이뤘지만, 게임의 법칙을 언제 매조질 지는 오리무중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얘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4일 오전 통화한 뒤 이날 열릴 예정이던 비전발표회를 하루 미루고, 협상 관련한 사항들은 실무 협상단에 일임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 시한(19일)도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두 후보의 통화 이후 양측 실무단은 “15일 오후 3시 비전발표회를 우선 실시하고,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협상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12일 고성을 주고받으며 결렬했던 실무단의 협상이 일단은 봉합된 모양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왼쪽 가운데)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왼쪽 가운데)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두 후보가 직접 나서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12일 3차 실무협상에서 “어디 함부로 말을 해”(국민의힘 측), “반말하지 마세요”(국민의당 측)라며 말다툼을 벌였는데, 14일엔 말이 아닌 일정으로 또 부딪쳤다. 이날 두 후보는 애초 합의한 비전발표회를 놓고 엇갈린 일정을 내놨다. 오 후보는 오후 3시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겠다고 했고, 안 후보는 같은 시각 서울 금천구의 노후 아파트 현장 방문 일정을 잡았다. 야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단 다툼까진 이해해도, 두 후보가 대놓고 일정 충돌을 빚은 건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두 후보 모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갈등이 격화된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 업체 에스티아이가 공개한 조사에서 오세훈(51.8%)-박영선(33.1%), 안철수(53.7%)-박영선(32.3%) 대결 모두 야권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이는 단일화 초기 국면에서 안 후보가 박 후보에게 앞서고, 오 후보는 고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를 놓고 야권 일각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이후 두 후보가 동반 지지율 상승세를 탄 점이 외려 단일화를 삐걱거리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만 잡으면 대선 승리가 유력했던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접전 끝에 박 후보를 꺾었고, 그해 대선에서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22.53%포인트의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금도 정치권에서 “보수 정당 역사상 가장 수위 높은 네거티브와 충돌이 벌어진 경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치열했던 경선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경선은 보수 정당 역사상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평가 받는다. 중앙포토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경선은 보수 정당 역사상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평가 받는다. 중앙포토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두 후보가 직접 통화한 뒤 비전발표회 개최에 합의하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불씨는 살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지율 상승세인 오 후보는 TV토론, 여론조사 등 쟁점을 단계적으로 타결하길 원하지만, 안 후보는 일괄 타결을 원하고 있다. 여론조사와 토론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오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와 자유 토론을 원하지만, 안 후보 측은 경쟁력 조사와 주제를 사전에 합의한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오 후보 측은 이날 통화에서 “민감한 쟁점을 하나씩 풀어가는 게 협상인데, 안 후보 측이 일괄 타결만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고, 안 후보 측은 “단일화는 신뢰가 생명인데, 오 후보 측이 선거판 분위기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고 불만을 표했다. 양측에선 “결국 두 후보가 직접 단일화 쟁점에 대해 통 큰 결단을 내리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해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오종택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오종택 기자

단일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야권 원로들도 움직였다. 국민의힘 전ㆍ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각 정당은 협상에서 손 떼고, 두 후보가 직접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하라”고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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