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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드배치 이후 보복 후유증…자국방어에 中 간섭 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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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달더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시카고 카운슬) 회장이 17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아시아의 동맹을 유럽의 동맹만큼 중시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줌으로 이뤄진 중앙일보 및 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 강해지기 위해 한국에 더 큰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보 달더 시카고 카운슬 회장이 지난해 9월 국제 현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 카운슬 웹사이트

이보 달더 시카고 카운슬 회장이 지난해 9월 국제 현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 카운슬 웹사이트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가로 브루킹스연구원 선임연구원, 메릴랜드 공공정책 대학 교수 등을 지낸 달더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주재 대사를 지냈다.(2009~2013년) 미국 및 유럽ㆍ아시아의 전직 외교ㆍ국방 장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주도, 최근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달더 회장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뒤 이뤄진 중국의 보복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중국의 잘못”이라면서도 “한국이 자국 방어에 필요한 일을 하는 데 있어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보 달더 시카고 카운슬 회장 인터뷰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의미는.
과거 행정부들의 관심은 유럽 동맹국들에 더 있었던 반면 이번 행정부는 동맹이라 할 때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두 장관의 첫 순방이 아시아라는 점은 한ㆍ미ㆍ일 3국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공동의 전략을 만들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정책 원칙으로 가치를 꺼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주의가 아닌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때 국민을 더 잘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만의 프레임이다. 이 말은 곧 홍콩의 일국양제 원칙이나 신장 위구르족 문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확실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강제로라도 그렇게 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것이 미ㆍ중관계의 한 측면이지, 유일한 측면은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민주주의적 가치에선 타협하지 않겠지만, 그것만으로 미ㆍ중관계의 성패를 결정짓지는 않을 것이다.  
17일 방한 예정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17일 방한 예정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힘의 우위’에서 상대하겠다며 동맹으로부터 힘이 나온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더 큰 역할을 기대할까.  
그렇다.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이란 측면에서 힘의 우위란 동맹과 함께 할 때 우리가 유리하다는 믿음이다. 미국은 한국과 무역, 기술, 안보 이슈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중국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우리가 강해지기 위해서다.  
한국은 그간 미ㆍ중이 충돌하는 이슈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그에 대해 집중적인 대화를 하려 할 것이다. 국무ㆍ국방장관의 방한은 양국 간 공동의 가치와 공동의 전략은 무엇인지, 함께 중국과 어떻게 경쟁하고 협력하며 필요하다면 대결해야 할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확실히 한국 정부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특정한(particular) 시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미국의 전략에서도 핵심적 부분이 될 것이다. 이견도 있겠지만, 각기 민감한 부분을 이해하며 공동의 전략을 입안하는 한편 설득하는 노력도 이뤄질 것이다.  
17일 방한 예정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AP=연합뉴스

17일 방한 예정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AP=연합뉴스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에 한국이 참여해야 할까.
쿼드 국가들이 한국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에 열려 있기를 권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쿼드를 확대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당장 오늘내일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서울에 앉아서 쿼드 장관들이, 정상들이 만나 협의하는 걸 본다면 ‘우리의 관점이 중국보다는 쿼드 쪽과 더 가까운데, 나도 저기 참여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와 저들 중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보다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큰 피해를 봤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쉽사리 참여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전적으로 중국의 잘못이다. 지금 호주도 당하고 있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이런 일들이 경종을 울리는 계기(wake-up call)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포함해 ‘지금 우리 방어에 필요한 일을 하려는 데 있어, 동맹과 협력하려는 데 있어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도록 우리가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난 2011년 주나토 대사 시절의 이보 달더 회장.(왼쪽) 벨기에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리언 패네타 당시 국무장관과 대화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1년 주나토 대사 시절의 이보 달더 회장.(왼쪽) 벨기에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리언 패네타 당시 국무장관과 대화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었다. 미국이 한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바마 행정부는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을 향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우리도 한국에 사드를 둘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려 했다. 하지만 행정부의 교체는 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 시기였기에 한국이 크게 사드 후유증을 겪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드라이브가 한ㆍ미 간 갈등의 소지가 될까.
그런 노력이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을 줄이려는 전략과 연계된 것이라면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화와 억제, 당근과 채찍이 혼합된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 변화가 하나도 없는데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근을 주는 데 열려 있지만, 실질적 행동 변화에 대한 대응로서만 그렇게 할 것이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정상이 12일 화상으로 만나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첫 쿼드 정상회의다. 사진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관저에서 촬영한 것. EPA=연합뉴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정상이 12일 화상으로 만나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첫 쿼드 정상회의다. 사진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관저에서 촬영한 것. EPA=연합뉴스

악화한 한ㆍ일관계에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 할까.
바이든 행정부는 한ㆍ일관계 개선으로 시작되는 3국 간 관계 개선에 극도로(exceedingly)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ㆍ일 간 의견 차이는 북한이 그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고, 우리의 불리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한ㆍ일이 풀어야 할 최우선적 과제다. 다만 미국이 개입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고, 도울 일이 있다면 공개적 외교보다 조용한 외교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ㆍ미가 신뢰 회복을 위해 각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아시아 동맹들이 우리의 핵 계획 과정에 더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TF 보고서에서 권고했는데, 미국이 동맹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 중 하나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제대로 소통하고 올바른 말을 하는 게 시작이다. 한ㆍ미 간 이견은 항상 있을 것이고, 각기 국내정치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도 합의하기 수월한 공동의 접근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한국도 열린 자세로 그런 노력을 하고, 꼭 필요한 단계들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 또 미국과의 관계를 마치 사람들을 겁주는 귀신(bogeyman)이라도 되는 듯이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맹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협력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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