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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문화코드 비틀즈 '공식傳記', '비틀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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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하나의 네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개인이지만, '한 벌'을 이루어 하나의 인격이 된다. 우리 중 하나가, 한 벌의 한 쪽이 어떤 방향을 향하면 우리 모두 함께 가거나 아니면 그를 이끌고 돌아온다. 우리는 각각 전체에 무엇인가 다른 것을 더하고 있다." 비틀즈(표기원칙엔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의 말이다.

비틀즈-. 그들의 존재가 세계의 대중음악과 문화.정치.사회, 그리고 산업에 끼쳐온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자음악과 민속음악의 도입 등 그들의 혁신적인 시도 이후 대중음악이 표현하고 차용할 수 있는 한계는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이 해체된 지 3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그들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수퍼스타로 버티고 있다. 2001년 발매됐던 히트곡 모음집 '1'은 무려 34개국에서 그해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비틀즈는 여전히 음반.비디오.서적.팬시 용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자본을 재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틀즈의 거대한 영향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 비틀즈의 모든 앨범은 꾸준히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이며, 그들의 노래는 라디오와 TV, 영화와 거리에서 끊임없이 소모된다.

그런데 비틀즈라는 이름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음에도 국내에선 그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여러 매체나 단행본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된 간략한 바이오그래피나 일화 등을 통해 그들의 모습이 그려져 왔을 뿐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그들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책이 8백권 이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이에 뒤늦게나마 정식으로 번역된 밴드의 전기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비틀즈와 관련된 수많은 책 가운데 유일하게 밴드 멤버들에게서 공인을 받았던 '공식 전기'다. 저자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지의 기자였던 헌터 데이비스. 그는 1967년 1월부터 18개월간 밴드와 함께 생활하며 네 멤버와 주변 인물들을 철저하게 인터뷰했다. 그리고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링고 스타의 생생한 육성과 자신이 보고 겪고 느꼈던 일들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책의 본편에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과 비틀즈라는 탁월한 밴드의 탄생, 음악적 절정기를 지나 그룹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1968년까지의 일들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천방지축이었던 어린 로큰롤 밴드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영국을 넘어 미국과 세계 시장을 제패하게 되었는지, 스타가 되어가며 각 멤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스튜디오에서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멤버 간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 불거졌는지를 헌터 데이비스는 기자 출신다운 특유의 꼼꼼함으로 기록했다.

폴과 유독 친했던 저자가 멤버들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개인적인 애정과 거리감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그는 굳이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애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1985년의 개정판(초판 발행 1968년)에 수록된 에필로그에는 비틀즈 해체 이후의 각 멤버들의 활동 상황이 담겨 있고, 2002년 개정판 서문에서는 1985년 이후의 이야기와 초판 출간 당시 밴드의 '검열'에 의해 수정되었던 부분, 당시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수록할 수 없었던 사실들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밴드의 여러 사진을 큰 도판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김경진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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