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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긍정 효과? "공기 좋아졌다" 28%→38% 깜짝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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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노인 5명 중 1명꼴로 혼자 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 여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삶의 질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신종 질병에 대한 불안이 커졌지만 대기질과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 #고령화로 노인 20% ‘나혼자 산다’ #신종질병 불안도 2년새 10%P 상승

11일 통계개발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를 발간했다. 삶의 질과 직결된 71개 지표의 변화상을 한 데 묶었다.

독거노인가구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독거노인가구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158만9371가구를 기록했다. 2000년(54만3787가구)과 비교해 2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 16%였던 독거노인 비율도 지난해 19.6%로 상승했다. 노인 인구 5명 중 1명꼴로 다른 식구 없이 혼자 살고 있다는 의미다.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노인 복지 공백,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10만 명당 아동 학대 피해 경험률은 2019년 380.9건으로 2018년(301.4건)에 비해 79.5건 늘었다. 해마다 아동 학대 사례 건수, 피해 경험률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개발원 측은 “아동 학대 사례 건수는 피해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어 실제 학대 건수가 증가한 것인지, 신고 건수의 증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도 한국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신종 질병에 대해 불안하다(비교적 또는 매우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018년 42.8%에서 지난해 52.9%로 크게 늘었다. 대신 질병에 안보ㆍ재해ㆍ범죄 등까지 포함한 사회 안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2014년 이후 꾸준히 나아지는 흐름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삶의 질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부분도 있었다. 대기질에 대한 만족도(약간 또는 매우 만족 응답 비율 합산)는 2018년 28.6%에서 지난해 38.2%로 개선됐다. 미세먼지 문제로 2012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했다가 지난해 들어 반짝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 생산국의 공장이 멈추고 인구 이동이 줄면서 대기 환경이 일시적으로 나아진 데 따라서다.

코로나로 엇갈린 삶의 질 지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로 엇갈린 삶의 질 지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전반적인 학교생활 만족도는 2018년 58%에서 지난해 59.3%로 1.3%포인트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 수업 등으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나가기 힘든 상황인데 오히려 만족하는 학생이 늘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친구와 만남이 어려워져 교우 관계 만족도가 낮아진 것(2018년 76.6%, 지난해 73.3%) 말고는 교육 내용ㆍ방법, 교사와 관계, 학교 시설 설비, 주변 환경 등 나머지 지표 모두가 개선됐다. 학교생활 만족도는 2012년 이후 꾸준히 개선하는 추세다.

통계개발원이 묶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 71개 지표 가운데 지난해 수치가 반영된 건 63개다. 이 중 40개는 이전과 비교해 개선됐고, 23개는 악화했다. 개수로는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고용률, 실업률, 아동 안전사고 사망률, 주택 임대료 비율 등은 이전까지 개선되다 2017~2019년을 기점으로 다시 나빠졌다.

2019년 60.9%였던 고용률은 지난해 60.1%로 떨어졌고, 이 기간 실업률은 3.8%에서 4%로 상승했다. 2018년 10만 명당 2.4명으로 내려갔던 아동 안전사고 사망률은 2019년 2.6명으로 올라갔다. 2016년 17.9%까지 하락했던 주택 임대료 비율(월소득 대비)은 2017년 18.4%, 2018년 18.6%, 2019년 20%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부동산값이 빠르게 상승하며 임대료 부담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전영일 통계개발원장은 “이 보고서가 우리 사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폭넓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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