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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 낮아"...변수는 '가계 빚'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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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은행이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의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등 코로나19의 여파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국내의 주식과 주택 등 자산 가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융 불균형 위험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했다.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한은이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 방향을 정리해, 한 해에 두 번 이상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인플레이션 지속 확대 가능성 작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한은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전망을 한 이유는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4월 배럴당 19.61달러까지 내려간 뒤 지난달 5일 58.66달러로 1년여 사이 3배 가까이 올랐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가격을 합친 국내 에너지 가격도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4.9% 상승했다.

특히 소비자의 체감 물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밥상물가(식료품 가격 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제히 오름세다.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하면서 축산물의 가격이 올랐고, 기상여건 악화로 농산물의 작황이 나빠진 탓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각종 지표로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을 감지하는 신호로 여겨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8월 0.51%의 저점을 찍은 뒤 10일(현지시각) 1.5% 초반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시민들의 전망치)은 지난해 5월 1.6%에서 지난달 2%까지 0.4%포인트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가 해소되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거나, 일부 신흥국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등 집단면역 형성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과 더불어 금융 완화 정책 등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억눌린 수요가 분출되거나 원자재 가격에 따른 물가상승은 유의해야겠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가계 빚 늘면서 위험부담 상승…금융 불균형 우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국내의 금융 불균형의 위험을 경고했다. 금융 불균형은 부채의 규모가 경제의 생산역량이 산출하는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크게 뛰어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계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제에 주는 위험부담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늘었고, 집값 급등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은은 국내의 자산 가격 상승속도가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를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전월 대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42%(20년 9월)→0.32%(20년 10월)→0.54%(20년 11월)→0.94%(20년 12월)로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2월 기준)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0.89%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국내 자산가격 상승에는 국내·외 거시 금융정책 완화 기조와 자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경제 주체들의 낙관적 기대가 공통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에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축소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작용했고, 주택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해석했다.

때문에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용 시 금융 불균형 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을 유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남아있는 데다, 주택매매와 전세 관련 거래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예상이 크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주가상승 등을 통한 금융여건 개선이 실물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자산가격의 빠른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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