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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프로듀서 구름 “강한 자 아닌 변화하는 자가 살아남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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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첫 정규앨범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을 발표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구름. [사진 블루바이닐]

4일 첫 정규앨범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을 발표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구름. [사진 블루바이닐]

“사실은 노래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오는 4일 정규 1집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 발매를 앞두고 구름(고형석ㆍ30)이 꺼낸 말은 다소 의외였다. 2011년 록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의 키보드로 데뷔해 혼성그룹 치즈를 거쳐 백예린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여러 타이틀을 거쳐왔지만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서울 합정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노래하는 사람은 매일 노래를 하는데 저는 녹음할 때만 노래하다 보니 잘 부르기가 어렵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꼭 10년 만이라고 하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정규 1집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 발매 #2011년 록밴드 데뷔 후 10년만 솔로앨범 #“남한테 맞춰주다보니 다양한 장르 경험 #프로듀서 활동 에너지, 선순환 구조 마련”

고등학교 시절 동네 합주실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꾸리고, 동아방송예술대 작곡과 재학 시절 선후배들과 팀을 결성한 그는 “누구와 함께하든 남한테 잘 맞춰주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바이 바이 배드맨이 추구하는 “영국발 음악을 당시 잘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다들 좋다고 하니” 보조를 맞추고, 치즈처럼 “멜로디가 귀엽고 가사가 상큼한” 음악도 많이 들어주는구나 싶었단다.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었다”니 2011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받고, ‘마들렌 러브’(2015) 등 숱한 히트곡을 배출한 사람 치고는 소박한 이야기다.

“적당히 우울, 적당히 행복” 위로 건네

2011년 록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으로 데뷔해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 블루바이닐]

2011년 록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으로 데뷔해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 블루바이닐]

역설적으로 프로듀서로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앨범에 대한 생각도 커졌다. 첫 솔로 앨범 ‘프랭크’(2015)부터 정규 2집 ‘텔어스어바웃유어셀프’(2020)까지 함께 하고 있는 백예린은 물론 기리보이 정규 2집 ‘성인식’, 홍대광 미니 4집 ‘앤드 유?’(2017) 등 작업물이 쌓일수록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됐다”며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싱글 시리즈 ‘클라우드’로 4곡을 발표한 그는 “육체적ㆍ정서적 한계에 부딪혀 조금 쉬어가려 했는데 다시 앨범을 내기까지 4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9곡은 그때부터 찬찬히 써내려온 곡이다. 타이틀곡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은 가장 최근에 완성한 곡으로 밴드 시절의 웅장함이나 달달함은 없지만 넌지시 위로를 건넨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가장 마지막에 만든 노래가 제일 좋더라고요. 제 마음의 현주소를 가장 싱싱하게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작업한 지 오래된 곡은 이미 많이 들었으니까 어느 정도 길들어 있는데 데면데면할 때는 계속 듣고 싶은 것도 있고. 없는 일을 지어내는 걸 잘 못 해서 실제 삶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딱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행복한 것 같아요.”

그는 노래를 만드는 일을 요리에 비유했다. “다른 사람 곡을 만들 때면 여러 명이 의견이 반영되고 과정도 복잡하니까 최대한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서 서빙해요. 거기서 덜어내는 게 더 빠르니까요. 하지만 제 곡은 제 마음에 들면 아무도 수정을 요구하지 않잖아요. ‘데치듯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죠.” 자신만의 요리 비결로는 ‘처음 보는 향신료’를 꼽았다. “제가 워낙 메탈이나 테크노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대중가요를 많이 안 듣다 보니 곡을 이상하게 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음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것도 많고 변화를 즐기는 편인데 다 아는 재료가 아닌 처음 보는 낯선 재료가 나오니까 재밌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백예린 음악 진보적 자세 보며 많이 배워”

백예린이 결성한 4인조 록밴드 더 발런티어스. 윗줄 왼쪽부터 곽민혁, 구름, 김치헌. [사진 블루바이닐]

백예린이 결성한 4인조 록밴드 더 발런티어스. 윗줄 왼쪽부터 곽민혁, 구름, 김치헌. [사진 블루바이닐]

그는 백예린이 2019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 후 설립한 블루바이닐에 최근 정식으로 합류했다. 2012년 박지민과 함께 여성 듀오 피프틴앤드로 데뷔한 백예린은 영어 곡 ‘스퀘어’로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고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백예린이 수록곡 전곡을 작사ㆍ작곡하면, 작곡과 편곡을 맡아온 구름은 “늘 함께 작업하다 보니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지만 호칭이 ‘백 회장님’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4인조 록밴드 더 발런티어스를 결성한 두 사람은 올 상반기 첫 음반 발매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발성이 탁월한 사람도 있고 음색이 뛰어난 사람도 있을 텐데 제 기준에선 예린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에요. 뭘 갖다 줘도 다 소화할뿐더러 음악적으로 진보적이어서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랑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해석해서 상상력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에이브릴 라빈을 보고 록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백예린의 록은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서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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