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 세계 3억 45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지난 2일 93번째 국가인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상욱 한국 매니징 디렉터는 “그렇다고 한국 음악이 스포티파이에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수년간 한국 아티스트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K팝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래 1800억분 넘게 소비됐다. 이는 지난 6년간 2000%가량 성장한 수치다. 한국은 다른 국가로 음악을 수출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전 세계 6위 규모인 한국 음악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 93번째 국가로 2일 서비스 시작 #“한국은 음악 수출하는 몇 안되는 국가 #6년간 K팝 1800억분 소비, 20배 성장해 #부족한 한국 음원, 추가 확보해나갈 것” #
스포티파이는 7000만곡이 넘는 음원과 40억개에 달하는 방대한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곡을 토대로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데일리 믹스,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새 위클리 추천곡 등 개인화된 큐레이션이 가장 큰 강점이다.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이스라 오메르는 “가입하는 순간부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생겨난다. 이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을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정교화된다”며 “최적화된 개인화와 알고리즘을 통해 3억 4500만개의 각기 다른 경험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오메르는 스포티파이의 경쟁력으로 개인화·집중·혁신을 꼽으며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모니터링해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며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아이유 못 듣는다? “매일 4만곡씩 늘어나”
국내 음원 업계 1위인 멜론의 운영사이자 최대 음원 유통업체인 카카오M이 빠지면서 한국 음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상욱 디렉터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스포티파이가 보유한 음악 카탈로그는 6000만곡이었는데 현재 7000만곡으로 업데이트됐다. 평균적으로 4만여 곡이 매일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이제 막 서비스를 론칭했으니 다양한 파트너와 협의를 통해 더 많은 곡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이유ㆍ임영웅ㆍ지코 등 카카오M에서 유통을 맡은 가수의 곡들은 해외 계정에서는 이용할 수 있지만 국내 계정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2016년 국내 진출한 애플뮤직 역시 음원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가장 큰 불만이 나온 요금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광고를 들으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금제부터 6인 패밀리 요금제(월 14.99달러, 1만6788원) 등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 요금제(1만1990원)와 듀오 요금제(1만7985원) 두 가지만 선보였다. 이에 박 디렉터는 “무제한 스트리밍부터 다운로드까지 다양한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합당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여러 개선책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스포티파이가 LG유플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각각 국내 음원 업계 2위인 지니뮤직과 3위 플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지니의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뿐 직접 운영하는 음원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손잡고 IPTV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전례도 있다. 국내 비즈니스를 위해 논의 중인 파트너 기업이 있는지 묻자 박 디렉터는 “현재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조금 더 준비돼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해리 왕자 다음은 누구? 팟캐스트도 준비
연내 팟캐스트 론칭과 아티스트 전용 플랫폼 강화 등 추가 계획도 밝혔다. 2018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4분기 기준 220만개의 팟캐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 이어 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등 유명 인사들이 속속 합류해 화제를 모았다. 박 디렉터는 “영어뿐 아니라 여러 국가 언어로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팟캐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최적화된 플랫폼을 지향한다. 아티스트와 팬들의 유대 관계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며 “청취 장소 데이터를 토대로 투어 장소를 정하거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