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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올해 한국에 5500억 투자…아시아 성장 이끌어”

중앙일보

입력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넷플릭스 한국·아태지역 콘텐트 총괄 김민영 VP.[사진 넷플릭스]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넷플릭스 한국·아태지역 콘텐트 총괄 김민영 VP.[사진 넷플릭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올 한 해 동안 한국 콘텐트에 5억 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넷플릭스 한국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콘텐트를 총괄하는 김민영 VP는 “한국은 시장으로서도 중요하지만 한국 콘텐트는 아시아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190개국 2억 가구 이상의 넷플릭스 회원 중 한국의 비중은 1.9%(380만 가구) 남짓이지만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는 얘기다.

한국 아태지역 콘텐트 총괄 김민영 VP #“한국적 소재로 보편적 공감대 형성해” #‘지옥’ ‘고요의 바다’ 등 새 라인업 풍성 #‘모럴센스’ ‘카터’로 오리지널 영화 도전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난 5년간 투자한 7700억원은 한국 콘텐트 시장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시대 사극과 좀비를 결합한 ‘킹덤’ 1, 2(2019, 2020)는 K좀비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고, 지난해 12월 공개된 ‘스위트홈’(2020)은 4주 만에 2200만 가구에서 시청하면서 그 저력을 확대해 나갔다. 김 VP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과 ‘인간수업’(2020),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2020), 영화 ‘#살아있다’(2020)와 ‘승리호’(2021) 등의 성공을 예로 들며 “한국 콘텐트는 일시적 유행을 떠나서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 만족 최우선, 글로벌은 그 다음”

‘킹덤: 아신전’ 아신 역의 전지현. 시즌 3에 앞서 스페셜 에피소드 형태로 공개된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아신 역의 전지현. 시즌 3에 앞서 스페셜 에피소드 형태로 공개된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되 전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외국 콘텐트는 사건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 콘텐트는 디테일한 감정에 집중하면서 장르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그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목표는 시청자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로컬(한국) 시청자를 만족하게 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래야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이미 훌륭한 사극도 많고 청소년물도 많지만 ‘킹덤’이나 ‘인간수업’은 조금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끔 최대한 창작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킹덤’이 시즌 3이 아닌 특별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으로 먼저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포맷ㆍ형식ㆍ장르의 자유를 모두 열어두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 열린 2021년 콘텐트 라인업 소개 행사에 참석한 김은희 작가는 “‘킹덤’ 1, 2는 생사초의 비밀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데 아신(전지현)은 그것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며 “시즌 3으로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별도로 보여드리는 게 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은 “‘아신전’은 시즌 3 그 이상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한국 영화 발견 재미 느끼길”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의 한 장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사진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의 한 장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사진 넷플릭스]

새롭게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된 제작진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최규석 작가와 함께한 원작 웹툰에 이어 동명 드라마 ‘지옥’을 준비 중인 연상호 감독은 “세계관이 워낙 거대해 영화보다는 시리즈로 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 덕분에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역시 “원래 영화로 기획했던 작품인데 456명이 게임에 참여하는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시리즈로 풀게 됐다”며 “여섯 가지 게임을 펼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재미있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SF 스릴러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나선 정우성은 “무중력 촬영 등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 많은데 전 세계에 시차 없이 동시 배포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현진 감독의 ‘모럴센스’와 정병길 감독의 ‘카터’ 등 오리지널 영화 제작 소식도 발표했다. 겨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럴센스’는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서 성장해 가는 로맨스물이고, ‘카터’는 모든 기억을 잃은 한 사람이 잠에서 깨면서 끝날 때까지 달려나가는 콘셉트의 액션물이다. 김민영 VP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계가 활로를 모색하는 데 넷플릭스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많은 분이 한국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느낀 것처럼 다양한 한국 영화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예능 중요성 느껴” ‘백스피릿’ 등 준비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 화제가 된 ‘고요의 바다’. 공유, 배두나, 이준 등이 출연한다. [사진 넷플릭스]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 화제가 된 ‘고요의 바다’. 공유, 배두나, 이준 등이 출연한다. [사진 넷플릭스]

예능에서도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 1~3(2018~2021), 스탠드업 코미디 ‘유병재의 B의 농담’(2018)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2019), 여행 예능 ‘투게더’(2020)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반응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이에 김민영 VP는 “JTBC ‘아는형님’ 등 기존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큰 사랑을 받는 걸 보면서 예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지고 있다”며 “다만 관찰 예능 등 기존 플랫폼에서 잘 되는 방식이 넷플릭스에서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이수근의 눈치코치’ ‘백스피릿’ 등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스피릿’은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한국 술과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매회 게스트가 함께하는 형식이 될 예정이다.

창작자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장기적인 콘텐트 제작을 위해 경기 파주와 연천에 스튜디오 2곳을 임대하기도 했다. 김 VP는 “넷플릭스가 19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지만 이런 딜을 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그만큼 한국이 콘텐트 허브로서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콘텐트팀이 상주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더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과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최근 한국판 제작을 확정 지은 스페인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등 국경을 넘나드는 콘텐트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는 “한국 IP에 대한 문의도 많다”며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한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국가의 스토리를 발견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머지않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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