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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혈액" 유통 관계자 무더기 사법처리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B.C형 간염, 말라리아에 오염된 혈액을 유통시켜 19명을 감염시킨 대한적십자사 산하 혈액원 관계자 27명이 무더기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성시웅 부장검사)는 잘못된 헌혈검사와 혈액관리로 부적격혈액을 유통시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및 혈액관리법 위반)로 전현직 중앙.지방혈액원장과 혈액원 검사담당 직원 등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당초 혈액관리의 최고 책임자로 고발됐던 보건복지부나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B.C형 간염에 감염돼 헌혈유보군으로 분류된 헌혈지원자 9명으로부터 헌혈경력 조회도 거치지 않은 채 채혈한 다음 간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해 15명에게 수혈시킨 혐의다.

이들은 검체나 플레이트 순서를 뒤바꿔 검사하거나 검사결과를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러 그 결과 수혈받은 15명중 8명이 B.C형 간염에 감염됐다.

혈액원은 또 에이즈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에 있는 헌혈지원자 3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유통시켜 2차 감염된 가족 1명을 포함 수혈자 7명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미 3명이 숨진 상태다.

에이즈 양성판정으로 헌혈일시유보군으로 분류된 헌혈자 51명으로부터 헌혈경력조회를 하지 않은 채 혈액을 채혈, 헌혈자의 이름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146건의 혈액이 수혈용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다행히 유통된 혈액은 음성으로 확인됐다.

에이즈에 감염돼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된 헌혈지원자의 혈액이 별다른 절차없이 채혈됐다 폐기된 적도 있었으며 말라리아 보균자 4명으로부터 헌혈받아 수혈자 8명중 4명을 말라리아에 감염시키기도 했다.

혈액원은 또 헌혈 혈액 112건의 에이즈 양성판정 사실을 전산망에 최고 3년5개월이나 늦게 등록해 그 사이에 이들 헌혈자로부터 추가 헌혈을 받아 이중 360건이 수혈용과 제약회사의 의약품원료로 출고됐다.

이밖에도 ▲에이즈 양성반응 혈액에 대한 역학조사 지시를 3개월이나 지체하거나 ▲헌혈지원자 173명의 빈혈 여부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연령제한자 등 채혈금지 대상자 3만2천789명으로부터 채혈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검찰은 그간 건강세상 네트워크 등 4개 시민단체에서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 전국 혈액원에 대한 수혈피해 고발사건을 접수, 6개월간 99년 이후 수혈용으로 유통된 혈액 관리실태를 수사해왔다.

성시웅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사설혈액원의 부적격 혈액 유통사례 및 기타혈액사업과 관련된 비리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세상 네트워크는 "이번 수사결과는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뿐 전체 16개 혈액원을 관리감독하는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대해선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혈액파동'에 대해 정부기관이 책임을 면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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