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아이 열 나도 잘 놀면 큰 문제 없어

중앙일보

입력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면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 특히 고열이 나면서 밤새 보챌 땐 한밤중이라도 응급실을 향해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부모를 애태우는 어린이 열병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왜 열이 날까
열은 체온이 정상인 37℃보다 높은 온도에서 조절된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이 각종 감염병.자가면역질환.암.알레르기 등 염증반응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입안과 겨드랑이 온도는 항문보다 0.3~0.5℃씩 낮다. 통상 38.5℃ 이하면 미열, 40.5℃ 이상일 땐 고열이다. 미열은 옷을 두껍게 입히거나 운동 후 주변 온도가 더울 때, 따뜻한 음식을 먹었을 때에도 나타날 수 있다

열병의 원인은 연령별로도 조금씩 다르다.<표 참조>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와 같은 급성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 중 세균성 감염.뇌막염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5~7% 정도다.

◇전신 상태가 중요한 지표
열이 나면 체온측정은 물론, 먹는 양, 노는 모습, 동반되는 증상 등을 관찰해 봐야 한다. 뇌막염이나 탈수 등 응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엔 즉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게 안전하다. 열병의 경중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아이의 노는 상태를 보는 것이다. 열은 나지만 그런 대로 먹고 논다면 일단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5세 미만의 영.유아는 열이 나면 못 먹고 보채는 데다 경련도 올 수 있다. 따라서 해열을 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옷을 벗겨 시원하게 해준 뒤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내려준다. 그래도 체온이 안 떨어지면 해열제를 사용해서라도 열을 떨어뜨려야 한다.

◇해열제 선택은 신중하게
현재 시판되는 해열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아스피린 등 세 가지다. 이 중 아세트아미노펜이 어린이에게 가장 부작용이 적다. 1회 용량은 10~15㎎/㎏, 즉 체중 10㎏의 어린이면 한번에 100~150㎎의 용량이 적당하다. 투약하고 30분 후부터 해열 효과가 나타나며 만일 한 시간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동일한 용량을 반복해서 투여해야 한다. 약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간 손상의 위험이 따르므로 하루 4회, 많아도 6회 이상 주지 말아야 한다.

시럽을 먹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겐 주사기가 효과가 있다. 주사 바늘을 뺀 주입구를 입술 안에 밀어넣고 시럽을 조금씩 주입하면 먹이기가 쉽다. 이도 불편할 땐 좌약을 사용하면 된다.

이부프로펜은 아세트아미노펜보다 해열.진통 효과가 큰 데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도 있다. 단 위장장애.출혈.발진 등의 부작용이 아세트아미노펜보다 좀더 많다. 이부프로펜 역시 5~10㎎/㎏ 용량으로 하루 4~6회 투여한다.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은 물론 항염 효과가 가장 뛰어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널리 사용됐다.하지만 수두나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렸을 때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간이나 뇌가 손상되는 라이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열제보다는 가와사키병.류머티스열이나 관절염 등에 주로 사용한다. 특히 인플루엔자.천식.출혈성 경향이 있는 환자, 미숙아.신생아 등은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도움말
서울대 소아과 감염학 이환종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