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도 못참은 文정부 대책 "서울 32만호 공급? 국민 속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5 05:00

업데이트 2021.02.25 12:21

지난 18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정수경PD

지난 18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정수경PD

스스로 ‘좌빨’이라고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있다. 김경민(49)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다. 김 교수는 “어디 가서 부동산 이야기해봐야 어차피 진보·보수 양쪽 진영에서 다 욕을 먹으니 이렇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낫다”고 했다. 지난 18일 그를 만났다.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출신, 대중들에겐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통하는 부동산 전문가 김 교수는 이번 정부와 인연이 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4년째 행정안전부 사회혁신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같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출신으로 서로 아는 사이라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두곤 “괜찮은 학자”, “합리적인 분”이라 평했다. 이런 걸 보면 정부 부동산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 교수는 2.4대책을 비롯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쏟아냈다. 여·야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공약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32만호 공급하겠다’는 2·4대책, 현실성 있을까.
정부는 ‘공급 쇼크’가 올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정작 국토부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한다”고 나와 있다. (주택 부지 확보이지)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한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을 좀 속인 거라고 본다. 설사 '서울 30만호'를 실제로 공급한다는 뜻이라 해도 실효성이 없다. 1970년대부터 강남구에 지은 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만 4000채다. 종로구가 7만채다. 4년 안에 서울 땅에 ‘강남구+종로구’ 규모 집을 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허허벌판에 40년 동안 아파트 지은 분당구가 20만 채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32만호 주택부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장정음 인턴·국토교통부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32만호 주택부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장정음 인턴·국토교통부

땅 확보한다는 게 결국 집 짓겠다는 거 아닌가.
‘확보했다’도 아니고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게 쉬울까. 변창흠 장관이 용산 동자동 쪽방촌 개발한다고 발표하니 다음 날 쪽방촌 건물주들이 반대 플래카드 붙였다. 임대수입이 엄청나니까. 가령 1.5평 쪽방 월세가 15~20만원이면 평당 수익이 10만원이다. 강남 타워팰리스나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평당 월 수익 10만원이 안 나온다. 그런데 보상 없이 ‘공공사업이니 임대수익 버리고 아파트 한 채 받고 나가라’면 나갈까. 집주인들 저항이 심할 거다. ‘부지확보’ 자체도 의구심이 든다.
부지확보 과정에서 ‘현금청산’이나 ‘토지수용’ 방식이 논란이다.
공공주택특별법에선 현금청산 기준을 공시지가로 잡았다. 실거래가격이나 감정가 기준이 아니다. 돈 덜 받고 땅 내놓고 나가라면 다들 난리가 날 것이다. LH가 공공 디벨로퍼로 나선다는 건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현금 청산 기준 등)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정부 생각보다 훨씬 사업 진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용적률 같은 엄격했던 규제를 공공이 나서니까 임시로 풀어주는 것도 역시 문제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연합뉴스

정비사업이나 공공택지 개발,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까.
13년 전 ‘뉴타운의 재림’이다. 정부에선 벌써 222개 정비 후보구역 추리고 설명회 연다. 이건 지역구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뉴타운 사업으로 재미를 본 것과 같다. 사실 그 땐 한나라당 말고 민주당 의원들도 앞다퉈서 뉴타운 사업 한다고 했다. (사업을)진행할 수 있는 측(정당)에 표가 몰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토지시장을 자극할 거다. 서울 외곽에 공공택지를 정하는 건 결국 신도시를 만드는 거라 대중교통망이 먼저 들어가야한다. 안그러면 신도시가 제 기능을 못한다. 그러면 서울 집값 잡는데 큰 효과를 못본다.
어떤 대책이 필요했을까.
공급 쇼크가 올 거란 레토릭이 아니라 ‘언제, 얼마만큼 서울에 아파트를 무조건 짓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때를 기다린다.
지금 서울 집값은 거품인가.  
2008년 말부터 2018년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인정해야한다. 사람들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2020년 초중반부터 이어진 폭등은 거품이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굉장한 유동성 있었다는 것, 둘째는 임대차 3법이다.
임대차 3법은 뭐가 문제였나.
약자인 세입자 보호하는 임대차 3법 취지는 동의한다. 근데 시기가 잘못됐다. 2019년 헬리오시티 1만채 나왔을 때 이게 나왔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구하던 사람들이 매매시장에 뛰어들었다. 6억대 아파트가 많던 노원·도봉·강북구 집값이 엄청 빠른 속도로 올랐다. 역효과를 냈다.
이런 시장에서 30대는 ‘영끌’하거나 ‘벼락거지’가 됐다.
2019년과 2020년 기준 집을 산 사람 중 30대 비중은 30%로 가장 많다. 30대는 작년부터 40대랑 격차를 더 벌려서 1등이다. 이들은 원래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맞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이 30~40대가 집 사는 걸 장려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집을 사야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자기 집 앞은 빗자루질이라도 한 번 더 하지 않나. 그런데 이번 정권에선 집값 떨어뜨리려고 수요를 잡는 정책을 폈다. DTI·LTV 강화하고 신용대출까지 막았다. 30대는 결혼하고 자녀도 생기는 시기다. 안정적인 집이 생기면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그런 결정을 할 수도 있는데 대출을 막은 건 굉장히 잘못된 접근이다. 이제 집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부잣집 자녀들 뿐이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불평등하다. 약자인 30대만을 위한 차별적인 금융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매매 현황 윤세현인턴·한국부동산원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매매 현황 윤세현인턴·한국부동산원

4년 동안 정부는 집값 잡을 테니, 집 사지 말라고 했다.
집값 잡는 정책 목표는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정말 잘못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면 안 된다. 정책 목적이 중산층과 서민 주거 안정화라면 집을 살 기회도 주고, 전세를 오래 살 기회도 주는 게 맞다. 그런 관점에서 임대차 3법도 옳다고 보는데, 문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지원이 없는 게 가장 크다. 이런 주택구매지원 정책은 중앙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길게 가져가야한다. 안 그러면 계속 시장을 교란한다.
변창흠 장관은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1가구 1주택 법제화’ 법안에 공감한다고 했다. 
변창흠 장관은 같은 환경대학원 출신이다. 내가 아는 한 합리적인 분이다. 학계에 몸 담고, SH·LH 사장을 맡아 디벨로퍼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1가구 1주택 법제화에 공감한다거나 그 이념에 동의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건 말이 안 된다. 설령 그런 주장을 할 거라면 1주택자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 수요를 먼저 충족시켜주는 공급을 먼저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중엔 민간기업의 임대시장 참여를 막아버리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이라 부동산 공약이 쏟아진다. 우상호 의원은 강변도로 덮고 아파트 짓자고 했다.
우선 공공아파트 짓는 건 찬성한다. 부족하니까. 근데 하아(한숨)…철도나 도로 덮어서 아파트 짓자는 건 박근혜 정권 때도 나온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안 됐지 않나. 시공비 감당이 안 돼서다. 제발 좀 숫자 두들겨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설령 아파트 짓자고 치자. 한강조망권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서 한강변 아파트는 상당히 비싸다. 그런 단지 주민들 반대는 후보 본인이 헤쳐나갈 생각인 건가. 굉장히 나이브하다. 여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주장인지 심각하게 비난할 수밖에 없다. 이게 그 분 뿐만 아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덮고 집 짓자고 했다. 똑같다. 서울시장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이 명확한 재정 논의 없이 이런 이야기하는 건 웃기는 소리다.
지난 13일 오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13일 오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공동취재단

안철수 후보는 70만 호, 오세훈 후보는 30만 호 짓겠다고 공약 걸었다.    
70만 호면은 강남 3구 규모다. 야당 지도자가 서울시장 후보를 노린다면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강남 3구에 견줄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지 명확한 계산이 서야 한다. 현실성 없다. 안철수 뿐만 아니라 오세훈, 박영선, 나경원 후보 다 똑같다. 어디에 어떻게 할 거란 구체적인 이야기 하나도 없이 이런 식의 레토릭으로 사람들 현혹하는 건 그만했으면 한다.
무주택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집은 살기도(live) 하지만 사기도(buy) 하는 대상이다. 단일재화로는 가장 비싼 물건이다. 이런 차원에서 시민들도 집을 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중산층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도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부동산이라는 게 한번 가격이 오르면 못 따라가니까. 우리가 이걸 2019년부터 경험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더 약자들에겐 LTV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미국엔 아주 극소수에게 적용되긴 하지만 LTV 99% 프로그램도 있다. 현금 500만원 있으면 5억 집을 살 수 있다.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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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PD, 장정음·윤세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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