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차도 참사’ 참사 당시 총괄책임 동구 부구청장도 술자리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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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변성완 부산시 전 권한대행이 외부기관과의 술자리로 자리를 비운 데 이어 당시 기초단체 재난 대응을 총괄했던 동구 부구청장도 개인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와 동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동구 A 부구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런 내용이 확인됐다. 검찰은 A 부구청장이 오후 6시 40분께 구청을 벗어나 개인 술자리를 가졌으며 오후 9시께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후 2시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오후 8시에는 호우경보로 격상된 상태였다.

검찰은 A 부구청장이 재난 대응본부 차장 직무를 수행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A 부구청장은 ‘휴가 중인 구청장이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리를 잠시 비운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A 부구청장 변호인 측도 ‘폭우로 인한 사고의 불가항력적인 부분과 동구청 외 경찰·소방 등 다른 기관도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구청장의 개인 술자리 사실은 그동안 동구가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형욱 동구청장은 “호우 특보 때 정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식사는 하러 갈 수 있고 A 부구청장이 식사 가기 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한 두잔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제가 8시에 도착한 것을 알고 자리를 좀 더 가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오후 9시부터 비가 많이 쏟아졌는데 A 부구청장도 이때 바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 술자리를 등이 밝혀진 A 부구청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저녁 무렵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동구청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부구청장이 개인 술자리를 덮기 위해 근무일지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죄질이 심각하니 법원에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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