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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각종 면역항암제 단계적 건보 적용으로 병용요법 비용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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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암 이야기]  박인근 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인근 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인근 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2019년에만 8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더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다양한 기전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병용 효과를 엿보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부 암종에서는 이미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다른 기전의 두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면역항암제의 효과 극대화를 위한 제약·바이오 회사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약제 하나씩 가격 부담 덜어줘 #병용요법 받는 암 환자 늘리길

 필자의 주 진료 분야인 신장암은 면역항암제를 기본으로 하는 병용요법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암이다. 최근 몇 년 새 여러 대규모 임상에서 면역항암제 간 병용요법이나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병용요법은 매우 고무적인 효과를 보여줬다. 특히 CheckMate-214 연구의 4년 장기 추적 관찰 결과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옵디보-여보이)은 고위험 혹은 중간 위험군의 신장암 치료에 10년 이상 표준치료로 사용된 표적치료제보다 전체 생존 기간과 객관적 반응률 및 완전관해를 유의하게 늘렸으며 이러한 혜택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긴 싸움이 될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에 대한 기대감까지 심어줬다.

 신장암이 우리나라 10대 암에 속할 정도로 흔하고 비교적 젊고 생산적인 나이인 50대에서도 발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차 치료제로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보여준 장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기존에 사용된 혈관생성억제 표적치료제들은 완전관해를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간 사용 시 내성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암 정복에 한 발짝 더 다가섰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실제 면역항암제 기반 병용요법을 처방하기까진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비용이다. 우리나라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2018년부터 신장암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게 됐지만 적응증 확대 속도에 발맞춰야 할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3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미 해외 여러 보험 당국에선 전체 생존 기간 연장 및 삶의 질 개선 효과에 근거해 비용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았지만 국내엔 경제적인 부담으로 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면역항암제가 워낙 고가이고 이미 다양한 암종에서 허가됐기 때문에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단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병용 약제의 일괄적인 보험 적용이 어렵다면 한 약제부터 차근히 풀어나가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약제라도 보험이 적용된다면 환자는 면역항암제 요법이 효과가 있는지 단기간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현재 정부에서 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를 심의 중이라는 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이 있다. 유연함을 가미한 단계적인 접근법이 더욱 많은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해법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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