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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식사 전 음식 칼로리·영양소 꼼꼼히 따지고, 식사 땐 친구와 영상통화 하며 천천히 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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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건강한 혼밥 즐기기

최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에서 ‘혼밥’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특히 1인 가구 중에는 하루 세끼 모두를 혼자 식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혼밥도 혼밥 나름이다. ‘부실한 혼밥’을 습관화하면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기왕이면 ‘건강한 혼밥’을 즐기면 어떨까. 혼밥족에게 나타날 수 있는 건강 이상 신호와 혼밥을 건강하게 즐기는 수칙을 알아본다.

혼밥을 즐기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대사증후군이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2019)에 따르면 영남대 식품영양학과 서정숙 교수팀이 성인 6088명의 영양·질병 상태를 분석했더니 혼밥을 자주 하는 1인 가구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37.2%로, 2인 가구(35.1%), 3인 이상 가구(25.8%)보다 높았다. 대사증후군의 한 진단 기준인 허리둘레가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인 사람도 1인 가구에선 36.1%로 2인 가구(29.7%), 3인 이상 가구(22.2%)보다 많았다.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 수는 1인 가구(42.1%)가 3인 이상 가구(20%)의 두 배 이상이었고, 공복 혈당이 100㎎/dL 이상인 사람도 1인 가구(46.1%)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혼밥 습관이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기 쉬운 이유는 뭘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혼밥 시 맛있으면서 간단하게 해결하기 위해 가정간편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간편식 상당수는 짜거나 기름진 고나트륨·고칼로리 음식이 많다”며 “여기에 혼밥하는 사람이 범하기 쉬운 과식, 속식(速食), 불규칙한 식사 등 잘못된 식습관이 더해지면 대사증후군 발병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혼밥 시 밥을 빠르게 먹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지(2015)에 따르면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이영미 교수팀이 대학생 893명의 식사 시간을 조사했더니 대학생 혼밥족의 약 70%는 점심을 15분 이내 ‘뚝딱’ 해치웠다. 반면에 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대학생의 약 50%는 15~30분간으로 길었고, 약 10%는 1시간 이상이었다.


코로나 블루 겹쳐 과식 위험 높여

혼밥 횟수가 많을수록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지(2020)에 따르면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박유경 교수팀이 성인 4910명을 대상으로 혼합과 건강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하루 혼밥 횟수가 잦을수록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루 세끼 모두를 혼자 식사하는 사람의 우울증 유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잦은 혼밥이 우울증과 관련 있었다”며 “혼밥이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혼밥 문화는 홀로 외롭게 밥을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진 게 특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이 혼밥족의 폭식을 부를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준호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원치 않게 혼밥을 해야 하는 등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하면 뇌에서는 당장 써야 할 에너지원(포도당)을 즉각 보충해야 한다고 여겨 칼로리가 높고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탐닉하게 돼 폭식·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칼로리 사전’ 참고

전문가들은 몇 가지 수칙만 잘 지켜도 건강하게 혼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총 식사량을 점검하는 것이다. 성별·연령별 하루에 권장되는 칼로리 총 섭취량이 다르다. 자신에게 권장되는 칼로리 섭취량은 지난해 개정된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을 참고해 보자.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사이트에서 이 기준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만 50~64세의 경우 건강을 위해선 남성은 하루 2200㎉, 여성은 1700㎉까지만 섭취한다. 가정간편식의 경우 제품에 표기된 칼로리를 확인해 하루 섭취 칼로리를 계산하도록 한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경우 음식별 칼로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트 내 식품안전나라의 ‘칼로리 사전’에서 검색할 수 있다. 한양대병원 강경화 영양사는 “가정간편식을 고를 때 칼로리가 적합하더라도 가급적 당류·트랜스지방·포화지방·나트륨 함량이 낮고 원재료 속 버터·쇼트닝 함량이 낮은 것으로 선택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둘째, 식사 시 필수영양소를 균형 있게 챙겨야 한다. 일반인이 따라 하기 쉬운 황금 비율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 농무부(USDA)가 개발한 ‘마이플레이트(MyPlate)’ 비율인 4·3·2·1이다. 동그란 접시를 네 칸으로 나눠 40%는 채소를, 30%는 통곡물을, 20%는 단백질 식품(콩·두부·고기·생선 등)을, 10%는 과일을 담아 먹기 위해 고안한 접시 모형이다. 집에서 둥근 접시나 식판을 활용해 한 끼 식단을 이 비율에 맞춰 미리 담아두고 그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된다. 성장기 청소년은 2·1·2·1 비율이 권장된다. 매 끼 김치를 제외한 채소 반찬은 두 가지(2) 이상, 단백질 식품은 한 가지(1)씩 챙기면서 유제품(우유·치즈 등)은 하루 두 번(2), 과일도 하루 한 번(1) 이상 먹는 방식이다.

 셋째, 한 끼 식사 시간은 30분 이상, 씹는 횟수는 30회 이상이어야 한다. 이른바 ‘30·30’ 법칙이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으면 포만감을 높일 수 있고, 식사 속도를 늦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분짜리 모래시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식탁 위에 모래시계를 두고 식사하면 시각적 효과를 높여 빠르게 먹는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넷째, 식사 시 외로움을 떨쳐내고 즐거운 마음을 갖는다. 최 교수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리 떨어진 가족·친구와 식사 시간을 맞춰 같은 시간대에 영상통화로 함께 대화하며 식사하는 비대면 식문화가 생겨났는데, 혼밥을 외롭지 않게 하면서도 천천히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식탁 앞에 거울을 두는 방법도 있다. 일본 나고야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혼자 있을 때 거울을 보면서 먹으면 입맛을 더 돋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스마트폰·TV를 보며 식사하는 건 피해야 한다. 이런 경우 포만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편식하기 쉽다. 식사 시 식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유형별 추천되는 혼밥 황금 비율

유형별 추천되는 혼밥 황금 비율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 도움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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