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연의 날] 통계로 살펴보는 담배산업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담배는 당신의 건강은 물론 재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금연의 날(31일)'에 즈음해 '담배와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담배가 경제적으로 미치는 폐해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보고서에 수록된 흥미로운 통계를 살펴본다.

▲담배 소비자 계속 증가
현재 전세계의 흡연자는 13억명이며 20년 뒤인 2025년에는 인구 증가 때문에 17억명에 달할 전망. 금연정책과 캠페인으로 매년 1%씩 줄어든다고 가정해도 14억6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연간 490만명에 달하며 이는 6.5초당 1명 꼴이다

▲흡연율은 경제수준과 반비례
전세계 흡연자의 84%는 개도국과 과도기 경제국들에 거주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일 수록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저소득층 흡연율은 고소득층보다 3-4배였다.

담배 지출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식품, 의료비, 교육비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담배 한갑을 사기 위한 노동의 대가도 크다. 실제로 중국과 헝가리, 인도의 노동자는 말보 담배 1갑을 사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지난 2002년 세계 3대 담배 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마보와 일본 JTI와 필립모리스/알트리아가 올린 매출액은 1천210억 달러였다. 필립 모리스의 최고경영자(CEO)는 2002년에 320만 달러의 봉급과 보너스를 챙겼다.

담배는 현재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지만 소수의 국제적 담배 브랜드들은 세계 시장에서 상당히 큰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소비국들의 돈을 빼내가고 있다. 공정 자동화와 신기술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엽연초 재배산업은 찬밥
엽연초 생산은 지난 75년부터 98년 사이에 128%가 증가했다.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서 엽연초가 재배되고 있다. 이는 늘어난 것은 담배회사들이 돈을 대주기도 하면서 적극 부추긴 결과로 풀이된다.

엽연초 재배의 경제적 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엽연초를 수출하는 125개국 가운데 17개국만이 수출 총액에서 겨우 1%를 넘는 소득을 얻고 있다. 5%를 넘는 국가는 우간다를 포함한 아프리카 5개국 뿐이었다.

엽연초 재배농가에 돌아가는 몫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 80년대에는 담배 판매대금의 7%가 재배농가에 돌아갔지만 90년대에는 2%에 불과했다. 반면 담배 회사의 몫은 37%에서 49%로 늘어났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엽연초 생산에 투입되는 연간 노동시간은 ㏊당 3천시간에 달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콩 재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은 298시간, 옥수수는 265시간에 불과했다.

▲환경 재해 적지 않아
매년 전세계적으로 엽연초 재배를 위해 20만㏊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개도국 삼림 파괴의 근 4%가 담배 경작 탓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5년 전세계 담배 회사들이 생산과정에서 쏟아낸 폐기물은 23억 ㎏, 화학폐기물은 2억90만 ㎏이었다는 자료도 있다. 이것은 길거리와 하수도, 공원등에 버려지는 수많은 담배 꽁초는 계산하지 않은 수치다.

엽연초 재배 과정에서 대량의 농약과 살충제가 사용되는 것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연히 다량의 독성물질에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관련단체의 지적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없어
공정 자동화로 담배회사들이 장담하는 고용창출 효과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영국에서는 지난 90년부터 98년 사이에 담배 생산이 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에 고용은 75%가 줄어들었다.

담배회사들은 전세계에서 3천300만명이 이 부문에 고용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겸작농가, 일용직 노동자, 계절 노동자도 포함된 것이어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

대부분의 국가에서 엽연초 재배 종사자가 농업 전체 종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중국은 엽연초 재배의 인력 비율이 3%로 세계 최고이지만 농업 생산액에서 점하는 비중은 1%에 그치고 있다.

▲의료비 지출 증가
지난 94년 발표된 한 조사보고서는 담배로 인한 전세계의 경제적 손실을 2천억 달러로 추산한 적이 있다. 경제적 손실은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질환,사망에 의한 생산성 하락 등을 감안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선진국에서 지출되는 의료비 가운데 6-15%가 담배와 관련된 질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인들은 담배와 관련된 질병 때문에 지난 98년 에 755억 달러의 의료비를 지출했다.

개도국도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의료비 지출이 높은 편. 지난 90년대 중반에 중국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담배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지출하는 의료비는 연간 65억 달러였다. 이집트는 연간 5억4천600만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국가재정에도 악영향
지난 2002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 161개국 가운데 약 3분의 2가 엽연초와 담배 제품 무역에서 수입초과를 나타내고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보이는 국가는 19개국. 한국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담배 밀수는 세계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세율이 낮은 국가에도 밀수 담배가 흘러들어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담배회사들이 밀수로 이득을 얻고 있다면서 세금 인상은 소비를 억제하고 세수도 늘리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