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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매춘' 논문 미리 읽었다…여가부 장관 무대응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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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안 통과에 대한 정부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안 통과에 대한 정부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취지의 논문이 발표돼 논란인 가운데,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하버드대 논문에 직접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정 장관의 주장인데,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주무부처가 도리어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여가부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장관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국내에 소개돼 파문이 일기 전, 이미 논문을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정 장관이 영문으로 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미리 읽었다고 밝혔다.

여가부의 공식 입장은 논문이 논란을 부르고 보름여가 지난 16일에야 나왔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례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이었다. 정 장관은 이러한 입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여가위에 출석해 해당 입장에 대해 "논문 자체에 대응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활동을) 방해하는 그런 활동에 대해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장관은 논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이 논문이 정부가 대응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명절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명절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 장관은 취임 이후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하버드대의 논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 측은 "하버드대학이라는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나온 논문이고, 이것이 이미 국내외에서 크게 공론화가 된 사안인데 마치 일상적으로 늘 있는 사안처럼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정 장관을 비판했다.

이어 양 의원 측은 "이런 일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추후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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