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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비법" 좇다간 관절 파괴

중앙일보

입력

'숙명에 대한 줄기찬 도전과 극복'. 이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자기세포를 적으로 오인해 파괴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21세기 현대의학으로도 딱 부러지는 특효약이 없는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환자들이 허황한 '비법'에 귀가 솔깃해지기 쉬운 이유도 이 때문. 하지만 병을 알고 잘 관리하면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30일은 환자들의 질 높은 삶을 위해 창립된 대한류머티스건강전문학회가 10주년을 맞이하는 날. 전문가 조언을 통해 류머티스 관절염 극복을 위한 지름길을 알아본다.

◆ 관리에 따라 엇갈리는 환자 명암
2년 전 유난히 아침이면 손.발가락이 붓고 아프기 시작한 M씨(39.여). 차츰 무릎 통증과 더불어 턱관절염으로 턱을 벌리기 힘들어 밥 먹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병명은 류머티스 관절염. 당시 담당의사로부터 "질병을 뿌리 뽑는 완치법이 없다"는 말에 병원 치료를 포기한 채 주위의 입소문으로 병에 좋다는 온갖 비방을 찾아 헤맸다. 그는 "지난 2년간 병에 좋다는 고양이나 박쥐는 수 없이 잡아 먹고 특효약이라는 중국산 약제도 복용했다. 때론 몇 달씩 종교의 힘에 의지해 보기도 했다"고 지난 2년간 투병생활을 털어놓았다.

이런 노력에도 그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결국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그가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때는 이미 무릎 관절이 심하게 파괴돼 인공관절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담당의사는 "발병했을 때부터 면역조절제와 소염제 같은 약물치료만 꾸준히 받았어도 관절 파괴가 진행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M씨와 비슷한 시기에 류머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던 P씨(27.여).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진단을 받아 실망이 컸지만 1년간 꾸준히 치료.관리한 끝에 상태가 호전됐다. 이후 그녀는 결혼식도 올렸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며 올 초엔 건강한 첫 딸을 낳는 기쁨도 맛보았다.

한양대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류머티스성 관절염도 병 초기부터 치료만 잘하면 30%는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70%도 고혈압.당뇨병처럼 병과 더불어 행복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관절 부담없는 운동 필수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는 운동후 통증이 없거나 있더라도 30분 이내에 사라지는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 배교수는 "운동을 통해 관절통과 관절 경직을 막을 수 있다"며 "약해진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수영.고정식 자전거 등이 권장되며 에어로빅이나 등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영장이나 고정식 자전거 사용이 힘든 환자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부담없이 할 수 있는 타이치 운동(한양대 류머티스병원 개발)을 배우는 게 좋다. 타이치는 중국의 태극권을 보다 쉽게 개조한 운동법이다. 느린 움직임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는 12가지 동작으로 구성돼 한번 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환자는 5분에서 시작, 차츰 적응하면서 시간을 늘려간다.

◆ 신약으로 완치의 길 보인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의 획기적인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부터. 가장 큰 변화는 기존 항염제의 심각한 부작용인 위장장애를 없앤 신약 개발. 이 약은 염증 반응 때 생기는 COX-2란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염증은 가라앉히면서 위장장애를 없앴다.

최근 염증억제제 에타너세트도 국내에 선보였다.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한다. 주 2회 피하주사로 약물을 투입한다. 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면역조절 신약 임픽시매드도 국내에서 임상 시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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