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질식할 공약" 우상호 "서울 대혼란" 첫 TV토론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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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서로의 정책을 두고 “서울시 대전환이 아닌 대혼란”(우 의원), “질식할 것 같은 공약”(박 전 장관)이라 비판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서로의 정책을 두고 “서울시 대전환이 아닌 대혼란”(우 의원), “질식할 것 같은 공약”(박 전 장관)이라 비판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뉴스1

“서울은 21분 안에 내 삶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경제 수도로 재도약할 것이다.”(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결하는, 모두가 균형 있게 사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 의원과 박 전 장관은 90여 분 내내 ‘친서민’ 대 ‘21분 도시’로 맞붙었다. 15일 밤 MBC가 중계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에서다. 두 사람은 “서울시 대전환이 아닌 대혼란”(우 의원), “질식할 것 같은 공약”(박 전 장관) 등의 말로 서로의 정책을 평가했다.

“21분 도시, 대혼란 우려” vs “강변 주택, 질식할 것 같아”

가장 많은 공방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되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벌어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은 차기 서울 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의 강남 재건축·재개발을 허용 방침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안정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가 강남 개발을 허용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박 전 장관 공약대로) 경부 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8000호의 주택을 지으면, 인근 지역인 서초·강남구 집값이 또 오를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21분 도시를 만들면 굳이 강남에 가지 않아도 삶이 편안하게 돼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내가 제일 먼저 개발하고 싶은 곳은 강북의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응수했다.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의 대표 공약 ‘21분 콤팩트 도시’의 실현 가능성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렷다. 우 의원은 ”강남에 서울시민 직장의 30%, 종로·중구에 20%가 있는 상황에서 집을 직장 근처로 옮겨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며 “서울시 대전환이 될지 대혼란이 될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21개 다핵을 만들면) 25개 구청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박 전 장관이 세우겠다고 한 ‘수직 정원’에 대해서도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정원을 짓겠다는 구상이 서민 삶과 관련이 있는가”, “랜드마크가 되기보다는 흉물로 변질될 수 있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은 ‘강변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우 의원의 구상에 대해 “서울은 남산이 있어서 스카이라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공약을 상상하면 질식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조망권을 해치지 않는 지역을 추렸다”고 답했지만, 박 전 장관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지었는데, 지금 보면 흉물”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우 의원이 신촌 기차역 밀리오레를 ‘철길 위 건축물’ 예시로 든 것에 대해서도 “기차가 다니는 횟수가 많지 않은 곳에 지어진 것”이라며 “기차가 많이 다닐 때는 공사를 못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장관 경험 vs 진보 정통성

박 전 장관은 ‘장관으로서의 경험’을, 우 의원은 ‘진보 정통성’을 내세웠다. 박 전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를 직접 들고 나와 “내가 중기부 장관으로서 마무리하고 온 일”이라며 “서울시장이 되면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기부 장관 시절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와 백신 생산공장 설립을 의논한 사실을 언급하며 “모더나의 공장을 서울에 세우는 협상을 완결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반면, 우 의원은 야권 단일 후보와 겨루기 위해선 “범민주 진영을 먼저 결집하고 중도 외연 확장으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친서민 정책을 내걸어야 한다. 민주와 진보 역사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우상호가 적임자”라며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조직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우 의원은 “서울시 25개 지자체, 시의원, 구의원과 협력을 잘해야 한다. 나는 101명의 서울시 민주당 의원 중 79명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줬다”는 말도 남겼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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