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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해 더 인기…연휴 100만명 모은 '클럽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론 머스크도 했다고 해서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정기현(29)씨는 설 연휴에 매일 '클럽하우스'에 접속했다. 집 밖으로 나간 적은 없지만, 그가 만나 대화한 사람은 수천 명이 넘는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란 초대받은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방을 만들어 목소리로만 대화를 나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지난 4일 직장 동료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정씨는 성대모사를 하며 서로 웃겨주는 방, 교수들의 강연방, 노홍철·천정명·쌈디 등 연예인과 소통방에 참여했다. 그는 "한 공예가의 방에서는 약 2000명이 예술과 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연휴 기간 매일 새벽까지 클럽하우스를 했다"고 전했다.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대화를 나눈 유명인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부터).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대화를 나눈 유명인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부터).

설 연휴 집에서도 '인싸' 됐다

클럽하우스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폐쇄성' 때문에 인기를 끈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기존 이용자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 하는데, 한 사람당 2명에게만 초대장을 보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초대를 받았는지도 기록에 남는다. 이번 설 연휴 내내 클럽하우스만 했다는 20대 프리랜서 송모씨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보장된 사람들만 들어오니 더 즐겁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A씨는 "클럽하우스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초대장 좀 보내달라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공통점이 있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정민, 정원엽 기자

그래픽=김정민, 정원엽 기자

설 명절 연휴 동안 클럽하우스의 이용자 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등에 따르면 지난 6일간 클럽하우스에 신규 가입한 사람은 약 110만명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클럽하우스 이용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아야 한다며 ‘클라밸’(클럽하우스와 삶의 균형)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이 참여해 인기를 끌었고, 이번 연휴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조정훈 시대전환 예비후보 등이 대화방을 열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권력화된 소통 방식" 비판도 

하지만 클럽하우스 특유의 폐쇄성은 수직적인 소통을 초래할 수도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방송인 딘딘(29·본명 임철)은 지난 9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클럽하우스는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다. 중세시대 귀족파티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 같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지훈도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세가 되는 그룹에 속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해지는 심리 등 현대인의 심리 상태 중 가장 자극에 취약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대화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특성상 혐오 발언 등을 걸러낼 수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클럽하우스 대화방 목록. [사진 애플리케이션 캡처]

클럽하우스 대화방 목록. [사진 애플리케이션 캡처]

클럽하우스의 소통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비대면 시기에 음성 소통 SNS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면서도 "초대장부터 발언권을 얻기까지 꾸준히 누군가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만큼 수직적 소통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인기가 많은 방이라면 특정인에게 권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거짓 소문의 진원지가 되거나 발언 수위가 강해지더라도 정화되지 않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편광현·채혜선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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