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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실패' 김석균 前 해경청장 무죄…法 “업무상 과실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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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선 명령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을 종합해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1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실패로 승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양철한 부장판사)가 내린 결론이다. 김 전 청장은 이날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고위 간부 9명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구조실패'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 1

'세월호 구조실패'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 1

다만 재판부는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이 퇴선을 명령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하급자에게 작성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서장의 지시를 이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해경 3009함 함장 역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승객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들이 빨리 배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지휘해야 했지만 구조 인력 등의 선체 진입이 늦어지며 구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결심 공판에서 금고 5년을 구형했다.

法 “당시 해경 지휘부, 침몰 임박 판단 어려워”

법원은 해경 지휘부에서 승객을 퇴선시키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봤다. 구조팀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열악한 통신 상황으로 지휘부에서 침몰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초기 각급 상황실과 항공 구조팀 사이에 기술적 문제 등으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사정이 있었다”며 “피고인들에게 구체적 구조 임무와 관련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구조팀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피고인들은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거나, 세월호 승객들이 퇴선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선내 방송에 따라 잔류하고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세월호 선장·선원들이 진도VTS(선박교통관제 시스템)에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교신한 뒤 신분을 숨긴 채 경비함123정을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는데, 지휘부에서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미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선체 내부 결함을 언급하며 지휘부가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초기부터 오전 9시 45분경까지 약 0.15도 각도로 기울다 그 후 급격히 기울었다”며 “피고인들로선 세월호가 선체결함으로 인해 123정이 구체적 현장 상황을 보고한 오전 9시 38분~44분경부터 약 10분 남짓 만에 급속하게 침몰할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고 밝혔다.

法 "큰 상처준 사건…판결 비판 감수할 것"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흡 관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흡 관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방청석을 가득 메운 유가족들은 선고를 들은 뒤 “이게 말이 되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의식한 듯 선고 이후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여러 피해자, 가족들, 그 상황을 화면으로 같이 지켜봐야 했던 모든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라 여러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재판부 판단에 여러 가지 평가가 내려지는 것도 당연할 일이며 재판부도 그런 평가에 대해선 비판을 감수할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유가족 "특수단 이름 아깝다"…문 대통령에 항의도 

선고가 끝난 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이 자초한 결과"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특수단이 총 17개 중 단 2가지만 기소했는데 그중 하나인 오늘 재판이 무죄로 끝났다”며 “특수단이라는 이름이 아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늘 재판 어떻게 보셨냐. 우리를 그렇게 설득하지 않으셨냐.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하면 나서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청장은 선고 결과에 대해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희생자 가족 여러분께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서 죄송하단 말씀과 심심한 위로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1심 선고에 대해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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