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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근·심경섭 학폭 피해자 "이게 사과냐…수술 지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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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으로부터 학창시절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가 구단이 발표한 사과문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입장문과 사과는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13일 온라인커뮤니티에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학교 폭력) 피해자입니다"는 글을 올려 중·고교 시절 송 선수와 심 선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폭로 당일 두 선수는 구단 자체 조사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했고, OK금융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송명근·심경섭 선수의 학교 폭력과 관련돼 팬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구단은 “송명근 선수는 송림고 재학시절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했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경섭 선수 또한 지난 송림중 재학시절 피해자에게 폭언·폭행 등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며 “두 선수 모두 어린 시절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구단의 입장 발표에 A씨는 “깊게 생각해보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반응했다. A씨는 “구단 측 공식 입장문을 확인했다”며 “먼저 명확히 할 것은 당시에 ‘수술 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문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가해자 측에서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더라면 지속적인 놀림이 동반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고 양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면 본인도 사과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모든 수술비는 학교에서 지원이 됐고 보험금으로 가해자 부모님에게 150만원의 통원치료비를 받았던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OK금융그룹 심경섭(왼쪽)과 송명근. [사진 한국배구연맹]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OK금융그룹 심경섭(왼쪽)과 송명근. [사진 한국배구연맹]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한 상황이라는 구단의 설명과 관련해선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막무가내 전화로 끝낼 단순한 사항은 아니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문자에서도 이 글을 내릴 정도의 진심 어린 사과는 느낄 수 없었다”며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섞여 있는 사과, 사고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그 후에 놀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저도 이런 상황이 마음 편하지 않고, 단순히 괴롭히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본인들도 알았으면 한다”며 “그렇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장문과 사과는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고 마음이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들은 입장을 바꿔서 좀 더 오래, 깊게 생각해보시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 내는 피해자를 보고 용기를 내어 본다”면서 학창 시절 두 선수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해 고환 봉합 수술을 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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