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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보다 동맹 비협조가 문제” 바이든 새 대북 기조, 한국 겨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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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UPI=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UPI=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북한의 도발보다 한국 등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더욱 우려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미 국민과 동맹의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이 미국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다.

트럼프 대북정책 재조율 강조 #“동맹이 우리 목표 아는 게 중요 #핵포기 설득, 새 접근법 택할 것”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아래 사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관여가 늦어지면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는 걱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파트너인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우려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과거 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이날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은 이와는 달리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간 대북 정책의 입장 조율을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네드 프라이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이든 이란이든, 그 밖의 글로벌 도전 과제이든, 우선은 우리가 정확하게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음(on precisely the same page)을 확인하고, 동맹과 파트너에게 우리가 그들을 위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의 지지를 받으며, 외교적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미국의 동맹인 한·일은 북핵 위협에 관한 한 항상 같은 입장을 취하는 건 아니다. 동맹과 접촉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가’라고 묻자 프라이스 대변인은 즉답을 피하면서 동맹과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만 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이) 너무 빨리 움직여 동맹과 파트너가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이 위험(risk)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어떤 접근법을 취하기 전에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외교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 동맹이 우리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미 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할 것이며, 이는 북한 상황에 대한 정책 검토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압박 선택지와 외교적 해법에 대해 한국·일본 및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책과 접근법을 수립하고 협의할 때 미국의 관심은 미국과 동맹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데 맞춰져 있으며, 북한과 한국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동맹과 협의와 조율을 강조한 것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계승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고 대변한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게 워싱턴 조야의 시각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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