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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머스크 효과…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 한달새 150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도지코인 그룹 회원들이 만든 밈(meme).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을 들어올리는 모습이다. 머스크는 이 밈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머스크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도지코인 그룹 회원들이 만든 밈(meme).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을 들어올리는 모습이다. 머스크는 이 밈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머스크 트위터]

비트코인의 가치를 폭등시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대장'격인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가치가 센트 대에 불과했던 '도지코인'도 머스크 효과에 올해 들어 1500%가량 폭등했다.

도지코인은 9일 현재 전날보다 6.34% 오른 88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도지코인은 최근 게임스톱(GME) 사태를 일으킨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들이 밀고 있는 암호화폐다. 2013년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당시 유행하던 인터넷 밈(meme)인 시바견을 코인에 합성에 장난삼아 만들었다. 도지(Doge)는 개(Dog)와 알파벳 e를 합쳐 만들었다.

레딧에는 게임스톱 사태로 유명해진 월스트리트배츠(WSB) 그룹 외에 '도지코인' 그룹도 회원 110만명에 달한다. 레딧 유저들의 '암호화폐 픽'(선택)은 도지코인인 셈이다.

게임스톱 급등 사태를 불러온 월스트리트배츠(WSB) 상징 이미지와 도지코인 이미지를 합성한 게시물. [레딧 캡처]

게임스톱 급등 사태를 불러온 월스트리트배츠(WSB) 상징 이미지와 도지코인 이미지를 합성한 게시물. [레딧 캡처]

게임스톱 사태 때부터 공매도 저항 운동을 지지해온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도 수차례 언급해왔다. 지난달 28일 프로필 계정에 '비트코인'을 해시태그로 달았다가 삭제한 데 이어 29일에는 가짜 잡지 '도그'(DOGUE)를 올려 도지코인을 연상하게 했다. 레딧 유저들은 도지코인 매수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후 머스크는 자신이 도지코인을 들어 올렸다는 의미의 인터넷 밈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레딧 유저들이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한 장면을 차용해 만든 이미지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일주일 사이 "도지코인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다" "D는 도지코인을 위한 것" "누가 도지를 풀어놨나" 라며 도지코인 관련 게시물을 연달아 올렸다. 도지코인 가격이 하루 800%, 지난 한 달간 1500% 폭등한 주요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머스크의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미래의 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둘 것이란 소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질서에 비판적인 성향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레딧 회원들이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선 것과 맥락이 닿는다.

뉴욕타임스는 "암호화폐가 쓰는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은행이나 제도권 금융의 간섭 없이 개인 대 개인(P2P)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며 "정부나 금융사가 통제하지 못하는 화폐"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윗으로 도지코인이 폭등했다는 소식을 전한 CNBC 뉴스 화면. [CNBC]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윗으로 도지코인이 폭등했다는 소식을 전한 CNBC 뉴스 화면. [CNBC]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 제도권 인사들의 불신도 이런 특성에 기인한다. 2020년 초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에 대해 "가치가 없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반면 머스크는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직접 실질 가치를 부여했다.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데 이어 전기차도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머스크 효과에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또 다른 빅 테크 기업들이 테슬라의 뒤를 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머스크의 모험이 탁월한 투자가 될지, 허망한 투기로 마무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기업의 수익과 가치에 미치는 위험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권의 반응도 주목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암호화폐가 많은 경우에 불법 금융에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머스크의 트윗으로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은 만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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