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오~래 본다" 면장이 세배, 역귀성땐 코로나 검사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2.09 11:21

업데이트 2021.02.09 15:16

귀성객 자진신고…역귀성객은 자가격리

“손주 대신 면장이 세배를 하고, 혹시라도 자식들을 보러 상경했던 부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명절 때 코로나19 퍼질라…전국 곳곳에서 특별 방역대책

전남 완도군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꺼내든 올해 설 맞이 방역대책이다. 완도군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어떻게 하면 귀성 인파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심이 담긴 설 맞이 방역대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완도군은 8일 “설 연휴 동안 서울과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으로 역귀성 의사를 밝힌 군민 1600여 명을 대상으로 귀가 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에는 2주간 자가격리도 한다.

8일 전남 강진군 칠량면에 설 연휴 때 가족들의 만남을 줄여 코로나19 확산을 막자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전남 강진군 칠량면에 설 연휴 때 가족들의 만남을 줄여 코로나19 확산을 막자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완도군은 설 연휴를 맞아 귀성과 역귀성 자제를 당부하면서 일일이 군민들의 의사를 물어 역귀성객 규모 등을 파악했다. 올해 설은 가족이라도 주소가 다르면 5인 이상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금지돼서다. 위반시 과태료를 물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책임이 있다면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

완도군이 지난 5일까지 전국 향우회와 군민 등을 대상으로 파악한 귀성 자제 동참 인원은 1만1000여 명, 역귀성 자제 동참 군민은 1500여 명이다.

8일 전남 완도군 최정환 약산면장이 설날 때 가족이 귀성하지 않기로 한 군민의 집에서 세배를 대신 전해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전남 완도군 최정환 약산면장이 설날 때 가족이 귀성하지 않기로 한 군민의 집에서 세배를 대신 전해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자녀들이 고향을 찾지 않거나 역귀성을 포기한 군민들은 12명의 읍·면장에게 세배를 받는다. 자식과 손주들을 만나지 못한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완도군 3개 읍, 9개 면의 읍·면장들이 ‘특별 방역 서비스’에 나섰다.

12명 읍·면장이 어르신 세배 서비스도

8일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 자녀들의 귀성과 부모들의 역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 자녀들의 귀성과 부모들의 역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국 지자체들도 설 연휴를 앞두고 특별방역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북 칠곡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귀성을 자제하자는 ‘명절은 집에서, 스마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추석 때 시골 할매·할배 사투리 영상편지로 화제가 됐던 의성군도 언택트 설 관련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의성군은 지난달 15일 처음 SNS를 통해 출향인들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안부영상 편지를 보내달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의성에 가족이나 지인을 둔 이들이 안부를 전하는 영상 메시지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타오(37)씨 가족은 의성에 사는 딸과 사위에게 그리운 마음을 담은 영상을 보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의성 출신 김정훈(32)씨도 고향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잘 지낸다는 안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음복 도시락과 테이크아웃 식혜 등을 준비한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 [사진 칠곡군]

음복 도시락과 테이크아웃 식혜 등을 준비한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 [사진 칠곡군]

조선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石潭) 이윤우(1569~1634)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는 이번 설 차례를 5명이 넘지 않는 최소 인원으로만 지내기로 했다. 보통 설 차례엔 20명 이상의 친인척이 참석하는 게 이 집의 전통이다. 차례 음식도 집으로 돌아가며 먹을 수 있게 ‘음복 도시락’도 마련한다.

“오지 말라” 지자체들 교통 혜택도 無

전남 각지에 자녀들의 귀성과 부모들의 역귀성 자제를 호소하는 지자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각지에 자녀들의 귀성과 부모들의 역귀성 자제를 호소하는 지자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통행료 면제, 대중교통 이용시간 연장 등 명절마다 시행되던 교통편의 대책도 사라진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설 연휴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화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각 지자체도 유료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경남도는 거가대로와 마창대교, 창원~부산간 도로 3곳의 명절 민자도로 통행료 면제를 올해 설 연휴 때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강원도도 같은 기간에 민자도로인 미시령터널 통행료를 유료로 운영한다.

서울시도 매년 명절마다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막차 연장, 성묫길 버스노선 횟수 증가 등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 올해 설은 시민들의 이동자제와 교통수단 방역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차원으로 설 연휴기간에 국·시립묘지의 임시 폐쇄로 지난 7일 광주 북구 영락공원의 추모관에 앞당겨 성묘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예방차원으로 설 연휴기간에 국·시립묘지의 임시 폐쇄로 지난 7일 광주 북구 영락공원의 추모관에 앞당겨 성묘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동안 폐쇄되거나 5인 이상 성묘가 제한되는 공립묘지나 봉안시설에는 벌써부터 성묘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7일 설 연휴 전 휴일을 맞은 광주광역시 북구 영락공원에는 하루 종일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시가 11일부터 14일까지 영락공원과 망월 묘지공원의 묘지·봉안시설 등을 임시 폐쇄키로 한 데 따른 사전 성묘 행렬이었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연휴 전 주에는 100∼200명이 추모관을 찾는데 이날은 10배 넘는 인원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완도·칠곡·창원·춘천·서울·광주광역시=김윤호·김현예·위성욱·박진호·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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