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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평화롭다"는 학생 2년새 반토막…"통일 불필요" 늘어

중앙일보

입력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평화통일 계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평화통일 계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학생 10명 중 6명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반대로 불필요하다고 보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 6만87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2020년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14년부터 매년 통일부와 함께 해왔다.

"북한은 '경계대상' 보다는 '협력해야 할 대상'"

2020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 교육부 제공

2020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 교육부 제공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대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4.7%의 학생들이 ‘협력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43.8%)보다 크게 늘었고,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2018년(50.9%)보다도 높은 수치다. 북한을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학생은 전년보다 11.6%p 줄어 24.2%에 그쳤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모두 늘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생은 62.4%로 전년(55.5%)보다 크게 늘었고, 2018년(63.0%)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의 생각을 가진 학생도 늘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은 2018년 13.7%, 2019년 19.4%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24.2%까지 늘었다.

통일 불필요 이유 1위는 ‘경제적 부담’…필요한 이유는 ‘전쟁 위협’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사회적 문제(23%)’보다 ‘경제적 부담(27.6%)’를 꼽은 학생이 많았다. 2019년과 2018년 조사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경제적 부담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 꼽혔는데 순위가 바뀌었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28.4%)’가 가장 많이 꼽혔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25.5%)’는 그다음이었다. 남북관계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학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 교육부 제공

2020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 교육부 제공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학생 설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남북관계가 '평화롭지 않다'는 응답은 2018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2018년 15.5%→2019년 33.7%→2020년 35.2%), 또 '평화롭다'는 응답은 꾸준히 줄었다(36.6%→19.0%→17.6%).

이번 조사에는 새터민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도 생겼는데, 학생의 70.4%가 ‘북한 이탈 주민이 우리학교 친구가 되어도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 이탈 주민이 우리 반 내 짝(59.9%)이나 우리 반 회장(57.1%)이 되는 건 상대적으로 꺼렸다.

통일 교육 연수 늘었지만 옛 수업방식 그대로

이번 실태조사는 초등 담임, 중등 사회·도덕·역사 등 교사 4045명을 대상으로도 했다. 대부분 교사들이 1년간 1~2시간 정도 수업 중 통일 내용을 가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수업에서는 1년간 1~2시간(40.9%) 혹은 3~4시간(36.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1~2시간(55.1%), 3~4시간(34.1%) 정도 가르쳤다.

교육부는 2018년 11월 통일 교육의 방향을 안보 중심에서 평화와 번영 지향으로, 지식 전달 중심에서 통일 역량 함양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보완하고 학생 활동 중심의 평화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통일 교육 관련 연수를 받는 교사는 2020년 52.2%로 늘었다. 하지만 통일 수업은 여전히 강의·설명식(79.9%, 중복응답)과 동영상 시청(70.9%)이 대부분이었고, 토의·토론이나 체험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은 드물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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