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식이섬유가 그렇게 좋다고? 똥만 늘릴 뿐인데

중앙일보

입력 2021.02.09 08:00

업데이트 2021.02.09 09:5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95)

과거에는 하찮게 여기던 것이 요즘에는 만병통치로 통한다. 식이섬유 얘기다. 음식에 소화되지 않는 부분을 통틀어 식이섬유라 한다. 그 효과도 요란하다. 변비·치질·대장암·충수염을 예방하고,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 등의 순환기계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등 가히 진시황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불로초가 드디어 등장한 듯하다. 포도당의 흡수를 늦춰 당뇨병에 좋고, 비만 방지에 콜레스테롤과 중금속 흡수를 방해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유산균의 생육을 촉진한다며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는 요상한 이름까지 붙여 소비자를 유혹한다. 유산균을 뜻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알파벳 하나만 달라 헷갈리게 하는 단어로 말이다. 모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따져보자.

식이섬유는 영어로 ‘dietary fiber’라 하며 1953년 영국 의사 힙슬리가 가 처음 사용했다. 사람의 소화효소로 분해되기 어려운, 난소화성 고분자 섬유 성분 혹은 이를 식용에 적합하도록 처리한 제품, 또는 식용 가능한 모든 비소화성 동·식물성분 등으로 정의한다.

식이섬유 중 가장 흔하고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것이 섬유소라는 셀룰로스(cellulose)다.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사진 pixnio]

식이섬유 중 가장 흔하고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것이 섬유소라는 셀룰로스(cellulose)다.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사진 pixnio]

말대로 식이섬유에 다소 이로운 부분이 없진 않겠으나 우리가 늘 먹는 것에 그런 기막힌 효능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단, 옳은 얘기는 있다. 많이 먹으면 대변량이 많아진다는 것, 간에 기별이 가 포만감을 유발한다는 것, 장에 변이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져 변비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 등 상식 수준에 불과한 것들이다. 옛날로 치면 그렇게 좋게만 보이는 기능이 아닌 듯싶다.

암을 예방하고 발암물질을 배출한다는 주장, 침소봉대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장벽에 접촉하는 기회를 낮춰 흡수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그런 단순한 효과는 있겠다. 그러나 동시에 여타 영양성분의 흡수도 방해한다. 식이섬유가 발암물질만을 선택적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비만을 방지한다? 먹은 음식 중에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으면 포만감은 유발하여 영양성분을 적게 먹어도 되는 효과가 일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식이섬유가 혈당치를 낮춰준다는 것도 지나치다. 이는 혈당을 낮추는 약리효과가 아니라 물리적 방해로 포도당의 흡수를 다소 늦추는 작용에 불과하다. 아니면 식이섬유가 많은 현미나 통밀을 먹으면 소화가 느려 가파른 혈당 상승을 막아 주던가. 이는 당뇨 환자에게나 해당할 뿐 일반인에게 통용되는 주장이 아니다.

식이섬유 중 가장 흔하고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것이 섬유소라는 셀룰로스(cellulose)다.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다른 식이섬유로는 타닌, 펙틴, 곤약만난, 한천, 키친, 이눌린, 헤미셀루로오즈, 구아검, 알긴산, 카리기난 등이 있다. 전혀 소화되지 않고 영양가 제로인, 대변량만 불리는 것들이다. 해서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은 비소화성 부분이 많아 열량의 공급을 줄이고, 소화와 흡수기회를 낮추는 것 이외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 동시에 맛이 떨어지고 먹기에 거북하다는 결점이 있다. 열량공급이 필요한 병약자, 어린이 등에게는 오히려 좋은 식이(食餌)랄 수가 없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섬유소로부터 나오는 단쇄지방산이 혈관과 두뇌건강에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이런 물질은 섬유소뿐만 아니라 미소화된 영양소로부터도 나오는 것으로 그 양은 오히려 장내 미생물의 분포에 더 의존한다.

유산균의 유익성을 주장하는 논문 못지않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차고 넘친다. 근년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기한 건강식품의 부작용 사례 3661건 중 436건이 유산균 관련이다. [사진 pixabay]

유산균의 유익성을 주장하는 논문 못지않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차고 넘친다. 근년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기한 건강식품의 부작용 사례 3661건 중 436건이 유산균 관련이다. [사진 pixabay]

식이섬유의 효과 중 가장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 장내 유산균의 생육을 촉진한다는 주장이지 싶다.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다. 좋다는 것도 특수한 경우에만 한한다. 논문 중에 돼지감자나 야콘에 들어있는 비소화성 다당인 이눌린(inulin)을 가공해 만든 프락토올리고당이 쥐 실험에서 장내 유산균의 생육을 촉진하는 연구결과가 있어서다. 이는 아직 정론이 아닌 가설에 불과하다. 장내 유산균을 무작정 불린다고 건강에 좋다는 학술적 근거도 없다.

또 시중에는 프리바이오틱스라 하면서 프로바이오틱스와 헷갈리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유산균의 먹이라면서 이를 공급해줘야, 그 좋다는 유익균이 장에서 잘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프리바이오틱스가 근래 기능성 건강식품의 총아로 등장했다. 해서 시중에는 야콘이나 돼지감자 등에서 뽑아냈다는 이눌린 또는 프락토올리고당이 건강식품으로 과도하게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유산균과 그 먹이를 같이 복용해야 한다며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라는 말까지 지어내어 호들갑이다.

물론 유산균의 유익성을 주장하는 논문이 많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차고 넘친다. 근년 식약처의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기한 건강식품의 부작용 사례 3661건 중 436건(12%)이 유산균 관련이었다.

이렇게 식이섬유에 대한 상찬이 심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식이섬유를 6대 영양소라고 둘러댄다. 이런 학술용어는 없다. 3대 하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5대에는 여기에 비타민·미네랄을 넣는다. 교과서에도 나온다. 가끔은 엉뚱하게도 효소를 7대 영양소라 하고, 심지어 마시는 물까지 8대 영양소에 넣는 엉터리도 있다. 그럼 공기는 왜 9대로 하지 않나. 되지도 않은 물질을 계속 추가하는 걸 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10대, 20대도 나올 추세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먹고살기에 급급했는데 이젠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를 걱정하고 살 빼기에 목을 맨다. 양을 줄이면 허기를 견딜 수 없으니 소화가 안 되거나 덜 되는 음식이 인기 식품이 됐다. 간에 기별만 보내고 소화가 되지 않는 식이섬유가 만병통치로 통하고 급기야 소화효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전분까지 개발되는 지경에 왔다. 밥이나 빵을 노화시켜 소화율을 낮추는 방법이 나오고, 설탕 등의 고칼로리 식품에 ‘죄악세’, ‘비만세’를 매기자는 세상이 됐다. 좋은 세상인지 나쁜 세상인지 정말 헷갈린다. 우리는 섬유질이 주성분인 채소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다. 뭘 더 바라나? 더더욱 곡류와 채소 위주인 우리의 ‘풀밭 식단’에 따로 또 챙겨 먹을 게 있나 싶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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