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포도당과 녹말, 그 불가분의 관계

중앙일보

입력 2021.01.12 08: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93)

포도당과 전분(녹말),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다. 이들 관계를 블록(벽돌)과 빌딩에 비유한다. 포도당을 전분의 빌딩블록(building block) 즉, 일종의 건축자재에 빗댄 셈이다. 전분은 수천~수만 개의 포도당이 마치 염주알처럼 연결된 고분자화합물(다당)이다. 이는 아미노산과 단백질의 관계와 유사하다. 단, 전분은 포도당 한 종류만으로,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이 빌딩블록이라는 차이다. 포도당과 전분을 차례로 설명하고 그 기능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당은 보통 탄수화물이라고 한다. 분류할 때는 대개 중합도(重合度)에 따라 단당(單糖), 올리고당, 다당(多糖)으로 나눈다. 단당은 당을 구성하는 기본이 되는 당 즉, 포도당, 과당 등을 의미한다. 올리고당은 단당이 2~20개 결합해 있는 설탕, 유당, 맥아당, 덱스트린 등이다. 다당은 단당이 수천, 수만 개가 연결돼있는 거대분자인 전분, 셀룰로오스, 한천, 펙틴, 이눌린, 곤약만난 등을 말한다.

여러 단당 중에 포도당에 대해서 알아보자. 포도당이란 한자문화권에서 사용하는 명칭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용어는 글루코오스(glucose) 혹은 덱스트로스(dextrose)다. 덱스트로스쪽은 사용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포도당은 단독으로는 거의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량만이 과일이나 수액(樹液) 등에 있긴 하나 대부분은 설탕, 유당 혹은 전분, 섬유소(cellulose) 등의 구성성분으로 있다. 포도당은 오직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포도당은 우리 몸속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0% 전후를 담당한다. 특히 뇌와 적혈구에 중요하다. 포도당 1g이 대사되면 4Kcal의 열량을 내고, 1분자당 6분자씩의 탄산가스와 물을 생성하면서 소멸한다. 또 포도당이 체내 여러 기능성 성분의 합성을 위한 전구체로 쓰인다. 나머지는 글리코겐(전분과 유사)으로 전환되어 간과 근육에 저장되며 에너지 고갈에 대비한다. 글리코겐은 지방과는 달리 많은 양이 저장되지 않고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감당할 정도에 불과하다. 남아도는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축적된다. 살이 찌는 이유다.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다당은 포도당이 빌딩블록인 각종 곡류, 감자, 고구마 등 서류(薯類) 속 전분뿐이다. [사진 pixabay]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다당은 포도당이 빌딩블록인 각종 곡류, 감자, 고구마 등 서류(薯類) 속 전분뿐이다. [사진 pixabay]

그럼 자연에서 포도당은 어디에 있나? 바로 전분 등의 구성성분이다. 물론 식물의 섬유소에도 들어있다. 단 섬유소는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다당이라 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포도당은 보통 유리(遊離)된 형태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포도당을 섭취할 기회는 많지 않다. 설탕이나 유당, 벌꿀, 과일, 수액 등에 있지만 먹는 양은 소량이다. 즉, 이것만으로는 포도당의 공급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쌀, 밀가루, 감자, 옥수수 전분 등을 주식으로 먹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포도당은 인간이 전분으로부터 조제한 것이다. 포도당이 무수히 결합해 있는 전분을 산이나 효소로 가수분해하고 이를 정제하여 만든다. 고구마나 옥수수전분 등을 효소나 산으로 분해하면 나온다. 비교적 얻기 쉬워 가격이 비싸지 않다. 적당한 농도로 물에 탄 것이 우리가 수액주사로 맞는 포도당 링거액이다.

다음은 전분이다. 전분은 포도당이 수없이 연결된 고분자탄수화물로 에너지의 저장형태이다. 싹틀 때를 대비해 뿌리나 열매에 저장해 둔 것이다. 이것을 동물이 가로채 먹는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여기서 이상한 게 있다. 결국은 식물이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쓸 것을 왜 포도당의 형태로 저장하지 않을까? 조물주의 뜻이라 알 수 없지만 짐작건대 포도당은 물에 잘 녹는 물질이라 저장에 불편하고 또 삼투압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저장형태로는 부적격하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이 만든 포도당이 모든 생물에 용도가 비슷하다는 게 참 신기하다. 이를 먹이사슬, 물질순환이라는 편리한 단어로 인간이 간단하게 결말지어도 될까.

또 하나 흥미로운 게 있다. 순수하게 포도당으로만 되어 있는 섬유소(cellulose)라는 거 말이다. 전분과의 차이점은 포도당의 연결고리가 조금 상이하다는 것뿐. 이 정도의 차이에 그 물성이 확연히 갈린다는 사실이다. 섬유소는 에너지 저장형태가 아니고 세포를 보호하고 형태를 유지케 하는 구조물이다. 섬유소는 동물이 소화 불가능하다. 전자를 저장다당, 후자를 구조다당이라 이름 지어 구별한다.

자연에 지천으로 있는 섬유소가 순수하게 포도당만으로 되어 있는데 동물은 왜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걸까. 소화효소(cellulase)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효소는 단지 특정 미생물에만 있다. 이런 미생물과 소화기관에서 공생하는 게 초식동물이고 흰개미이다. 공생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하여 포도당을 만들고 이를 숙주에게 제공한다. 우리도 어떤 조작 때문에 섬유소로부터 포도당을 값싸게 얻을 수 있다면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그런 방법은 있으나 아직 가성비가 낮아 실행하지 않을 따름이다. 장래 경쟁력이 있을 때를 대비해 열심히 준비는 하고 있다.

이 외에 저장다당과 구조다당은 더 있다. 돼지감자나 야콘, 다알리아 등에 들어있는 이눌린은 과당이 빌딩블록인 저장다당이고, 한천, 펙틴, 카라기난, 곤약만난, 갑각류의 키틴 등은 여러 종류의 단당이 구성성분인 구조다당이다. 이들 다당은 모두 우리가 소화할 수 없다. 세간에는 이를 식이섬유라 하며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나 필자에게는 대변량을 늘리는 효과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다당은 포도당이 빌딩블록인 각종 곡류, 감자, 고구마 등 서류(薯類) 속 전분뿐이다.

저항성전분을 만드는 방법은 전분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거나 밥할 때 혹은 하고 난 다음의 처리(저온), 심지어 잘 소화되지 않도록 벼를 육종하는 지경까지 와있다. [사진 pixabay]

저항성전분을 만드는 방법은 전분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거나 밥할 때 혹은 하고 난 다음의 처리(저온), 심지어 잘 소화되지 않도록 벼를 육종하는 지경까지 와있다. [사진 pixabay]

전분은 포도당이 수없이 연결된 아밀로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라는 두 다당의 혼합체로 되어있다. 전분의 종류에 따라 이 비는 달라진다.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높을수록 점성이 더하다. 찹쌀이 멥쌀보다 찰진 이유다. 장립미(안남미)는 아밀로펙틴의 함령이 낮아 찰기가 적다. 둘 다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가수분해된다. 전분의 소화는 입과 소장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소화하는 효소 종류를 아밀레이스(amylase)로 통칭한다.

그럼 곡류나 서류 등의 전분을 왜 익혀서 먹을까? 맛에도 관계있지만, 소화가 잘되게 하기 위함이다. 전분의 구조는 치밀하여 효소의 접근이 어렵다. 열을 가하면 이런 단단한 구조가 깨져 소화효소의 작용이 용이해진다. 이를 호화(糊化)시킨다는 말로 표현한다. 호화는 풀 혹은 죽(粥)이라는 뜻이다. 호화된 전분은 다시 역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이를 노화(老化)라 하며 낮은 온도에서 촉진된다. 그래서 냉장고 등 저온에 놓아두면 소화가 어려운 저항성 전분이 되어 다이어트에 좋다는 거다.

요즘 저항성 전분이라는 게 자주 회자된다.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거나 소화가 어려운 전분질을 뜻한다. 이를 만드는 방법은 전분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거나 밥할 때 혹은 하고 난 다음의 저온 처리, 심지어 잘 소화되지 않도록 벼를 육종하기도 한다. 얼마 전만 해도 소화 잘되는 것을 오히려 좋은 식품이라 했는데 말이다. 많이 먹어 탈내는 풍요의 시대에 언필칭 ‘분에 겨운 투정’이지 싶다. 적게 먹으면 되는 것을.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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