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옥수수 시럽’은 나쁘고 과일 속 과당은 좋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1 08:00

업데이트 2020.12.02 09:46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90)

설탕을 천하의 몹쓸 식품으로 매도하더니 이젠 그 잡설이 과당(액상과당)으로까지 옮겨붙었다. 과일 속 과당은 죄가 없고 콜라·과자에 든 과당이 문제라는 거다. 과일로 먹으면 괜찮지만,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면 당뇨, 통풍, 비만, 고혈압, 지방간, 신장병 등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궤변이다. 뚜렷한 증거는 없고 주장만 있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먼저 과당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설탕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하나씩 붙어있는 올리고당, 즉 2당이다. 설탕의 반쪽이 과당인 셈이다. 또 이름에서 보듯 과일의 단맛이 바로 과당이다. 아니 과일의 종류에 따라 설탕과 과당 포도당의 비율은 각기 다르긴 하지만 모든 과일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과당이 들어있다. 또 몸에 좋다는 벌꿀에도 있다. 벌이 꽃에 있는 설탕물을 물어다 위 속의 효소로 포도당과 과당으로 잘라놓은 것이 바로 벌꿀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벌꿀의 절반도 과당이라는 거다. 과당은 당 중에 가장 달고 맛이 좋고 물성도 우수해 다들 즐기는 감미식품이다.

과일의 단맛이 바로 과당이다. 과일의 종류에 따라 설탕과 과당 포도당의 비율은 각기 다르긴 하지만 모든 과일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과당이 들어있다. [사진 pxhere]

과일의 단맛이 바로 과당이다. 과일의 종류에 따라 설탕과 과당 포도당의 비율은 각기 다르긴 하지만 모든 과일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과당이 들어있다. [사진 pxhere]

그럼 액상과당은 뭘까? 설탕이나 벌꿀처럼 자연에서 채취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당이다. 인공적이라면 좀 어폐가 있다. 정확하게는 자연계에 있는 포도당을 효소 처리해 그 일부를 과당으로 전환해 포도당과 과당이 거의 반반씩 섞여 있는 식품이다. 그렇다고 인공 당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과당이 자연계에 지천으로 있는 과일 속 과당과 똑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면 액상과당을 콘 시럽(옥수수 시럽)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HFCS(High Fructose Corn Syrup)이다. 우선 곡물 전분 중에서 가장 값이 싼(?) 옥수숫가루에 아밀라아제(amylase)라는 효소를 작용시켜 포도당으로 만든다. 이 포도당에 미생물이 만드는 포도당이성화효소(glucose isomerase)를 작용시켜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화시킨다. 이 반응에서 포도당의 반 정도가 과당으로 바뀐다. 결과로 과당과 포도당의 비가 약 1대 1(42 대 58 정도)인 액상 용액이 얻어진다. 이를 적당히 농축해 걸쭉하게 만든 것이 액상과당이라는 거다. 이름처럼 과당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며 전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첨가량에 상한선도 없는 안전한 식품으로 허가가 나 있다. 재료는 당연히 옥수수뿐 아니라 어떤 전분이라도 상관없다.

벌이 꽃에 있는 설탕물을 물어다 위 속의 효소로 포도당과 과당으로 잘라놓은 것이 바로 벌꿀이다. 이른바 벌꿀의 절반도 과당이라는 거다. [사진 pixabay]

벌이 꽃에 있는 설탕물을 물어다 위 속의 효소로 포도당과 과당으로 잘라놓은 것이 바로 벌꿀이다. 이른바 벌꿀의 절반도 과당이라는 거다. [사진 pixabay]

세간에는 이것이 인체에 나쁘다며 건강의 적 취급이다. 그렇다면 설탕은 물론 벌꿀도 나쁘다고 해야 옳다. 둘 다 포도당과 과당의 비율이 1대 1이니까. 단, 설탕은 두 당이 결합한 상태이지만 우리의 소화효소에 의해 잘리면 같은 비율이 된다. 결과는 잘린 걸 먹나 잘라먹나 정도의 차이다. 이들이 액상과당과 뭐가 다른가? 이 HFCS는 비싼 벌꿀과 맛과 물성도 비슷하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래 그림으로 나타냈다.

이래도 액상과당은 나쁘고 과일 속 과당은 좋은가. 혹시나 과일 속 과당과 액상과당이 서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일부에서는 과일에는 조금 들어있고 액상과당에는 양이 많아 그렇다고 할 참인가. 그렇지도 않다. 액상과당도 식품첨가물로 소량 사용하므로 별반 많이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비난에도 다 나름의 근거를 댄다. 아직 검증되지 않고 인체에 확인되지 않은 불충분한 근거이긴 하지만. 미국 임상영양학회지(2007년)에 실린 논문에서는 스위스의 6~14세 아동 74명을 비교해 보니 비만아동쪽이 액상과당 섭취가 많았고, 특히 이들에게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높았다고 했다. 또 혹자는 과당을 먹으면 간에서 바로 지방으로 전환되어 지방간이 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사실이 아니다. 그런 대사경로는 없다. 과당은 반드시 포도당과 같은 대사경로인 ‘해당과정(glycolysis)’을 거친다. 모든 생물에서 공통이다. 이외에도 과당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무수히 많지만 다들 공신력 있는 단체가 아니라 대부분 개인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나쁘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의학협회는 2009년 ‘저널 아메리칸 칼리지 뉴트리션(Journal American College Nutri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학술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루이지애나 공과대 김연수 교수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이 혈당과 혈중인슐린농도, 고중성지방혈증 등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설탕과 차이가 없고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자료 이태호]

[자료 이태호]

HFSC가 만성 질병을 유발하고 비만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로버트 러스틱의 주장에 대해 제임스 립페는 그런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꿀·액상과당·설탕 세 종류를 실험참가자들에게 2주간 섭취케 한 후 몸속에 나타나는 혈압·인슐린 수치·몸무게·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비교해 보니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의 식약처도 과당과 액상과당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이런 찬반양론의 주장은 끝이 없다. 다 개인 차원에서 카더라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들이다. 쏟아지는 이런 정보에 우리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자기네들끼리 다투라고 가만히 모른 척하면 된다. 식품에 소모적인 논쟁이 어디 이것뿐인가. 결론은 개인이나 군소집단의 중구난방 식 주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공식기구의 유권해석을 믿으면 된다. 허가는 그냥 허투루 내주는 게 아니다. 요는 미국의 FDA, 세계보건기구 WHO, 우리의 식약처가 무해하다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호사가가 떠드는 허튼소리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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