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음식 소화, 입에서 항문까지의 여정

중앙일보

입력 2020.12.29 08:00

업데이트 2020.12.29 09:55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92)

우리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고 흡수될까. 또 어떤 물질이 소화되고 소화되지 않을까.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의 그 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3대 영양소인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은 반드시 소화를 거쳐 아미노산·포도당·지방산의 형태로 쪼개져야 혈액 속으로 흡수된다. 소화효소는 크게 전분분해효소(amylase),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지방분해효소(lipase)로 분류된다. 효소마다 여러 종류가 있고 분해양식은 각양각색이다. 3대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태면 5대 영양소다.

음식은 날것으로 먹지 않고 보통 가공·조리해서 먹는다. 그 이유는 기호성, 영양 가치, 소화 등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생것은 소화율이 떨어진다는 게 상식이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있다. 음식을 조리하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열처리 때문에 딱딱한 구조가 붕괴하여 소화효소의 접근이 용이해진다. 이때 탄수화물(전분)은 입체구조가 풀리고(호화) 단백질은 변성되며 지방은 세포로부터 용출된다. 동시에 조리 중 생성되는 풍미 성분, 첨가된 양념(향신료) 등이 소화에 관계하는 호르몬과 효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하는 각 소화기관에 따른 소화 메커니즘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고 흡수될까. 또 어떤 물질이 소화되고 소화되지 않을까.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의 그 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사진 pixabay]

우리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고 흡수될까. 또 어떤 물질이 소화되고 소화되지 않을까.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의 그 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사진 pixabay]

◇입속에서의 소화=소화는 음식을 입에 넣고부터 시작된다. 침에는 전분분해효소(amylase-프티알린)가 있어 음식 속 전분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오래 씹어 단맛이 나는 것은 효소에 의해 포도당이 나오기 때문이다. 씹는 작업은 음식을 잘게 부수어 소화율을 높게 하기 위해서다. 입속에서는 물질흡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구강에서 분비되는 효소는 전분분해효소뿐이다. 일부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제(lingual lipase)도 소량 분비된다고도 한다. 입에서의 소화는 미약해 소화라기보다는 소화를 돕기 위한 저작(咀嚼) 효과가 더 크다.

◇위 속에서의 소화=음식이 위 속으로 내려가면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효소(pepsin)가 분비되고 연동운동이 시작된다. 연동은 음식의 조직을 연하게 해 이후 소장에서의 효소작용을 돕는다. 펩신은 위산이 분비되어 음식의 pH가 산성으로 돼야 작용하기 시작한다. 분해속도는 pH2 이하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동시에 이 위산이 음식물에 섞여 들어온 미생물을 살균해 발병의 원인을 제거한다. 위산은 염산 테러를 연상하는 그 염산과 똑같다. 농도가 낮기 때문에 인체에 해롭지는 않을 뿐이다. 그렇지만 pH가 2 이하는 상당히 강한 산이다. 식초의 pH가 3~4 정도이니 이보다는 10~100배나 강하다. 가끔 위가 쓰린 것은 상처 난 부위나 염증에 염산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는 펩신(pepsin)뿐이며 단백질을 부분적으로만 소화한다. 다른 영양성분은 거의 소화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영양성분이 흡수되지 않고 소량의 수분과 알코올만을 흡수하는 정도다.

장내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비만이 된다는 설도 있다. 또 미생물이 어떤 종류의 비타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장내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비만이 된다는 설도 있다. 또 미생물이 어떤 종류의 비타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소장에서의 소화=위에서 일정 시간 머물던 음식물의 pH가 산성으로 내려가면 위의 유문이 열려 소장으로 이동한다. 소장은 길이가 약 3m 정도로 십이지장, 공장, 회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성이던 음식은 여기서 중화되어 중성으로 된다. 간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담즙과 여러 효소 등이 관여해 소화가 진행된다. 거의 모든 소화효소는 췌장에서 분비된다. 단백질분해효소(trypsin, chymotrypsin 등 다수), 각종 전분분해효소(amylase), 지방분해효소 (lipase) 등이 동시에 쏟아진다. 이 단계에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당질은 포도당으로, 지방은 지방산 등으로 분해되고 흡수가 시작된다. 아미노산과 포도당은 혈관으로, 지방산과 글리세린은 림프관을 통해 정맥으로 들어가 간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영양분이 소장에서 소화되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간다. 설탕, 유당 등의 올리고당을 분해하는 효소는 소장 벽에서 분비된다.

시중에는 쓸개즙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있다. 곰 쓸개(웅담), 뱀 쓸개 등을 마치 명약처럼 여기는 것 말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오해하지만 쓸개즙에는 소화효소가 없다. 기름을 물에 녹이는 유화제가 들어있을 뿐이다. 지방을 물에 분산시켜 리파제의 작용을 돕는 기능이다. 이 유화성분은 바일산(bile acid)이라는 것으로 콜레스테롤로부터 간에서 만들어진다. 쓸개즙은 진 황색을 띤다. 이는 바일산과 더불어 헤모글로빈(혈색소) 속 헴(Heme) 구조의 배설형태인 빌리루빈(bilirubin)의 혼합색이다. 이들 물질의 양에 따라 대변 색의 농담이 결정된다. 당연히 섭취한 엽록소의 색깔도 관여하지만. 참고로 황달은 간이 고장 나 빌리루빈이 혈액 속으로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다.

◇대장에서의 소화=여기서부터는 음식이 대변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대장은 영양물질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다. 물의 대부분과 일부 미네랄이 흡수된다. 단, 미분해 영양소 일부가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다소 흡수되기는 한다. 그래서 장내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비만이 된다는 설도 있다. 또 미생물이 어떤 종류의 비타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대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면 물의 흡수가 지나쳐 변비가 되고 반대인 경우는 설사가 된다. 대장에는 엄청난 양의 다양한 미생물(대장균)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 분포를 마이크로비옴(microbiome)이 어떻고 하면서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영양성분의 소화흡수에 대한 이론은 녹록지 않다. 먹어주는 것이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고 영양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다. 또 무조건 영양성분이 많고 소화 잘되는 음식이 좋다는 시대도 지났다. [사진 pxhere]

영양성분의 소화흡수에 대한 이론은 녹록지 않다. 먹어주는 것이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고 영양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다. 또 무조건 영양성분이 많고 소화 잘되는 음식이 좋다는 시대도 지났다. [사진 pxhere]

그럼 우리의 소화기관에서 어떤 게 소화되고 소화되지 않을까.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는 5대 영양소 외에 무수한 종류의 성분이 섞여 있다. 일부에서 중시하는 피토케미컬(식물성분)이라는 거다. 이들은 그냥 배설되거나 일부는 흡수된다. 무수한 종류가 있어 어떤 게 흡수되고 흡수되지 않는지는 잘 모른다. 그중에서 특히 섬유소(식이섬유)를 항간에서는 제6의 영양소라 부르며 대단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6대라니 잘못이다. 전혀 소화되지 않고 대변량만 불리는 물질이다. 세간에는 식이섬유가 콜레스테롤과 포도당의 흡수를 막고 중금속 등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도와 해독작용을 한다는 등의 낭설이 있지만, 이는 믿거나 말거나 정도의 잡설이다. 포만감을 주어 에너지의 섭취를 줄이고 대변량을 늘려 통변을 좋게 하는 역할 외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다.  물리적인 장애에 의해 장의 영양흡수를 다소 방해하는 작용이 있을 듯은 하지만 이도 배부른 포식 시대의 푸념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s)은 ‘파이토=식물’, ‘케미컬=화학물질’이라는 뜻으로 식물성분을 총칭하는 단어다. 예를 들어 카페인,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안토시아닌, 이소플라본, 카테킨, 사포닌, 각종 항산화제 및 색소 등 세간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이런 물질이 다 포함된다. 당연히 5대영양소도 일종의 파이토케미칼이다.

이들 중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것도 해로운 것이 있을 수 있다.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물질은 간으로 이동해 적절하게 처리된 후 신장을 통해 배설한다. 독성이 있는 물질은 독성을 없애주고 물에 잘 녹지 않는 것은 잘 녹게 처리한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전적으로 간이라 이를 생각하면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한약 등 식물성분을 농축한 진액을 먹으면 좋지 않은 이유다.

이렇게 영양성분의 소화흡수에 대한 이론은 녹록지 않다. 먹어주는 것이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고 영양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다. 또 무조건 영양성분이 많고 소화 잘되는 음식이 좋다는 시대도 지났다. 영양 과잉 시대에 많이 먹어 탈 나고 성인병을 염려하며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항간에는 무슨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쁘다고 하는데 이는 장삿속이거나 의도성 주장에 가깝다. 음식에 좋고 나쁜 게 없다.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골고루 먹으라는 이유다. 음식은 약이 아니라 생명유지를 위해 부득불 먹는 거다. 어설픈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절제된 식생활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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